내연차 느낌의 전기차…울컥거림 없이 편안, 가성비도 매력
KG모빌리티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토레스 EVX’를 지난 9일 타봤다. 쌍용자동차가 KG모빌리티로 바뀌고 나온 첫 전기차다. 고가의 삼원계 배터리 대신, 중국 비야디(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구입가를 3000만원대(보조금 수령 기준)로 낮춘 ‘가성비’ 좋은 모델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출발해 올림픽대로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영종도의 한 카페까지 57㎞를 달려봤다. 주행감은 전기차라기보다는 내연기관차에 가깝게 느껴졌다. 다른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급가속하는 경우가 많지만, 토레스 EVX는 깊게 밟아야 가속력이 느껴져 오히려 익숙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가 줄어드는 ‘회생제동’은 총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운전대 양쪽의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높이거나 낮출 수 있어 편했다. 가장 약한 단계에서는 제동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회생제동 수준을 최고로 높이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봤다. 바로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라 2~3초 정도 관성 주행을 하다가 제동이 걸렸다. 완전히 멈추지도 않았다. 가속페달 하나로 주행과 정지를 반복하는 ‘원페달 드라이브’는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고는 싶지만, 전기차 특유의 급가속·급제동으로 인한 울컥거림은 피하고 싶은 운전자에게 알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성비 전기차이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무난했다. 12.3인치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 깔끔하고 시원해 보였다. 다만 드라이브 모드 변환·에어컨 온도 조절 등 각종 버튼을 인포테인먼트 화면 안에 집어넣어 주행 중 조작은 쉽지 않았다.
적재공간은 839ℓ로 2열 좌석을 접으면 1662ℓ까지 늘어난다. 경쟁사 준중형 SUV보다는 넓고 중형 SUV보다는 조금 작은 정도다. 2열 좌석이 완전히 접히는 수준은 아니어서 ‘캠핑’용으로 활용할 경우 별도의 평탄화 작업이 필요해 보였다. 차량 배터리를 외부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V2L’을 지원하는 점은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기능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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