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러시아 병역거부자 “폭력으로 복수 악순환 끊어야”
“전쟁에 저항” 반전 메시지
세계는 지금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째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또한 계속 격화되는 양상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지난달까지 9900명에 달한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선 어린이 5000명을 포함해 최소 1만2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에서도 약 1200명의 민간인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19일 시민단체 ‘전쟁없는세상’ 주최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 모인 전 세계 병역거부자와 평화 활동가들은 군사적 논리에 의해서는 결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면서, 상호 살상 거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동원령이 떨어진 러시아와 팔레스타인 강제점령을 계속 시도하는 이스라엘에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은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당국의 추적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관심을 호소했다.
이스라엘에서 15년 전 징집을 거부하고 현재 시민단체 ‘뉴프로파일’에서 병역거부자를 위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르는 “지난달 7일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많은 희생을 치르고 있다”며 “한쪽에서 민간인을 죽이는 행위를 하면, 반대편에선 폭력으로 복수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을 정전 협상으로 끝내더라도 폭력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폭력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의 군사화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는 모든 생명이 잠재적 군인으로 간주된다면서 “ ‘임신중지를 할 때마다 군인 한 명이 죽는 것’이라는 끔찍한 광고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과 관련된 모든 것을 테러방지법으로 규정하면서 공포를 이용하고 있다”며 “유대인이든, 팔레스타인인이든 반전 활동은 장소 대여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 활동가들도 병역거부자 보호와 반전 운동에 힘쓰고 있다. 2013년 설립된 시민단체 ‘양심적 병역거부를 위한 운동(MCO)’의 타라스와 나탈리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한다는 글을 쓰거나 대중 앞에서 발언하면 최대 8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며 러시아의 강압적인 상황을 전했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강제징집 분위기를 조성하자 러시아를 떠나 해외로 이주한 타라스는 “러시아에선 살상을 거부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군을 지지하지 않으면 반역자가 되는 현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탈리아는 “러시아에서 병역을 거부하거나 탈영한 사람들에 대한 재판이 폐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러시아 정치범 인식 제고를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그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MCO의 텔레그램 채널을 구독하는 독자가 5만5000명으로 늘어났다”면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평화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전 평화운동가 유리 셸리아젠코는 이날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 군사 선동에 의해 악마화돼왔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참 어렵다”면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내에서 상호 살상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단합·단결해야지만 전 세계의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둘 다 패자가 되는 전쟁에서 벗어나 윈윈할 수 있는 비폭력 방식을 발굴하고 실천해 나갈 수 있는 길을 닦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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