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피란민 수천명 있던 학교도 폭격…사상자 수백명 발생

김서영 기자 2023. 11. 1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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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북부 난민촌에서 유엔 대피소로 운영…“이스라엘 소행”
이스라엘군이 소개 명령 내린 알시파 병원은 기능 완전 상실
이 “지상전 두 번째 단계 진입…남부 테러범들도 알게 될 것”
가자시티에 진주한 이 무장차량과 팔 피란민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가자시티 주민들이 18일(현지시간) 시내에 진주한 이스라엘군의 무장차량을 피해 피란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엔이 대피소로 지정한 학교마저 폭격당해 사상자 수백명이 발생했다. 병원은 ‘죽음의 지대’가 됐고, 팔다리가 절단된 환자들까지 걸어서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가자지구 북부를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초토화한 이스라엘군은 이제 남부 지상작전을 준비하고 있다. 밀려드는 피란민과 남부까지 이어지는 공습 속에서도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남부 지역마저 한계에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북부 자빌리야 난민촌에서 유엔이 대피소로 운영하는 알파쿠라 학교와 탈 알자타르에 있는 또 다른 학교가 공습을 받아 수백명이 사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두 학교에는 각각 피란민 수천명이 대피 중이었던 만큼 사상자 규모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알자지라가 확보한 영상에는 여성과 아동이 다수 포함된 시신들이 보였으며, 뜯어진 벽과 지붕의 잔해가 흩뿌려져 있었다. 알파쿠라 학교가 표적이 된 건 이달만 해도 두 번째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이번 공습의 배후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으나, 이집트와 카타르는 이스라엘을 지목했다. 하마스도 알파쿠라 학교 공습을 두고 “아동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이 휩쓸고 간 알시파 병원은 의료시설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수백명의 환자와 의료진, 난민들이 이스라엘군의 소개 명령에 따라 18일 병원을 떠나 피란길에 올랐다. AFP는 “신체 일부가 절단된 환자들이 구급차도 없이 걸어서 해안가로 향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병원장에게서 ‘떠나려는 사람들을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소개령을 내리고 사람들을 내보내는 데 한 시간을 줬다”고 반박했다. 복수의 의료진 역시 “총구를 겨눠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병원 내에는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골절 및 절단 환자 등 260여명의 환자와 의료진 25명이 남아 있다. 미숙아 31명은 남부지역 병원으로 이송되기 시작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집트 라파로 옮겨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날 알시파 병원을 방문한 세계보건기구(WHO) 인도적상황 평가팀은 “병원이 죽음의 지대가 됐다. 절망적 상황”이라면서 “남아 있는 환자와 직원들의 즉각적 대피를 위한 계획을 긴급히 수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북부 장악을 완료했다고 판단하는 이스라엘군은 곧 지상전을 남부로 확대할 계획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상전 두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 매일매일 하마스의 작전 지역은 줄어들고 있으며, 남부의 테러리스트들도 이를 조만간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자지구 북부에서의 성과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남부로 작전을 확대하는 것을 두고 비판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전사들이 남쪽으로 향하면서 다른 인구 속으로 섞이게 된다면 이들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이스라엘이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하마스 대원들이 이미 근거지를 남부로 옮겼다면, 애초에 알시파 병원이 습격을 감행할 만큼 중요한 군사목표였던 것은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된다.

이스라엘군의 남부 진입은 더 큰 민간인 인명피해를 수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개시 직후 “남쪽으로 대피하지 않는 자는 테러리스트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며 북부 주민들을 남부로 밀어넣었다. 이 때문에 현재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명 중 160만명이 난민이 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남부 지역에 몰려 있다. 남부 최대 의료시설인 칸유니스 병원 관계자는 NYT에 “북쪽에서 흘러온 환자들이 붐비는 복도에서 자고 있다. 연료가 고갈돼 병원 시스템이 붕괴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이미 한계에 도달한 남부 지역에서 군사작전이 시작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인명피해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오라 에일란드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 의장은 “아마도 민간인 사상자가 더 많아지겠지만, 이것이 우리를 단념시키거나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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