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총성 멈추나…“5일간 전투 중단·50명 석방 합의 근접”

이·하마스, 카타르서 수주간 협상
미 백악관, 합의 부인 “계속 노력”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5일간 교전을 중지하는 대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 중 여성과 어린이 수십명을 석방하는 합의에 근접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합의가 실제 이행되면 전쟁 발발 이래 첫 교전 중지가 된다.

WP는 이날 복수의 소식통 말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의 합의에 근접했다면서 석방이 향후 며칠 내에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세부 합의 내용을 인용해 “모든 교전 당사자는 50명 이상의 인질이 24시간 단위로 소규모씩 석방되는 동안 최소 5일간 전투 작전을 중단하게 된다”며 “지상에서 교전이 중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공에서 감시도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석방되는 인질의 규모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교전 중지는 연료를 포함한 인도적 구호품들이 가자지구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 유엔 등은 차량 연료 부족으로 구호단체들의 활동이 큰 제약을 받고 있으며, 반입되는 구호물품도 턱없이 부족해 가자지구 주민들이 아사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해왔다. 교전이 중지되면 이집트 등 인접 국가를 통해 유입되는 인도적 지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뒤 가자지구로 납치해간 인질 240명가량을 석방시키기 위해 카타르의 중재로 하마스와 협상을 벌여왔다. 앞서 미국인 2명, 이스라엘인 2명 등 4명의 인질이 풀려난 바 있다.

소식통들은 카타르 도하에서 수주간에 걸쳐 이뤄진 협상 끝에 이번 합의의 개요가 마련됐다고 전했다. 다만 보도 뒤 미국 백악관 측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실제 합의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으며,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미국이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이 최대한 많은 인질의 석방을 이끌어내기 위해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사망자가 1만2000명을 넘어서면서 인도주의적 휴전이나 일시적 교전 중지에 응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알시파 병원과 난민캠프, 유엔 학교 등을 무차별 공격했지만 그로 인한 민간인 희생에 비해 인질 구출과 하마스 궤멸이라는 군사적 목표 달성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의 인내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내부의 저항도 커지고 있다. 이날 예루살렘에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집무실 바깥에서는 수천명이 정부에 인질 구출에 힘써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인질들의 친구와 가족 등 약 100명이 5일 전 텔아비브에서 시작한 행진이 예루살렘으로 가면서 수천명으로 불어난 것이다.

이들은 인질들의 사진을 들고 고속도로를 따라 캠핑을 하며 하루 약 10마일(16㎞)씩 걸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와 친척 6명이 인질로 끌려간 한 참가자는 “인질들을 집으로 데려오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제한으로 계속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끌려갔다는 한 남성은 “총리와 전쟁내각 일원들이 누굴 석방할지 결정하기 전에 일단 우리를 만나 우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