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도 중국과 머리 맞댄 APEC…‘한국만 빠졌다’

유정인 기자 2023. 11. 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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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한·미·일 공조 과시 속
북핵·경제 등 ‘주요국’ 중국과는
취임 1년반 시진핑 회담 단 1차례
대외정책 한계·과제 또다시 확인

윤석열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관련 정상외교는 윤석열 정부 대외정책의 한계와 숙제를 확인시켰다. 미·일은 중국과 정상회담을 하며 중국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지만 한·중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한·미·일 3각 공조 ‘1차 완결’ 이후 한국의 외교적 공간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윤 대통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박4일간 APEC 정상회의 관련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 18일 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정부가 마지막 날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APEC 정상회의 세션 직전 3분 환담에 그쳤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일정이 촘촘해 양자 회담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안이 있는 미·중, 중·일과 달리) 한·중은 최근 윤 대통령이 리창 총리를, 한덕수 총리가 시 주석을 만나 양국 간 긴박한 현안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라며 “머지않은 시점에 양국 외교장관이 만날 것이므로 한·중 간 현안은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중 정상 간 대면 소통은 1차례에 그쳤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년194일째인 이날까지 한·중 정상회담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회담이 유일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선 같은 기간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중과 중국 주석의 국빈 방한을 포함해 4차례씩 회담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6월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은 뒤에도 회담은 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기간 1차례의 국빈 방중을 포함해 4번 한·중 정상회담을 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자 북핵 문제의 주요 이해 당사국이다. 이에 따라 그간 한·중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문제 해결 방안과 경제협력 방안을 두고 주요한 방향들이 잡혀왔다.

이 같은 회담이 위축된 데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외길’ 외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 폐기를 내세워 한·미·일 밀착을 강화해왔다. 과거사 문제의 ‘선제적 양보’를 택하며 한·일관계를 풀었고, 이를 기반으로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3국 공조 틀을 일차적으로 완성하는 속도전을 폈다.

기시다 어깨 겯고, 시진핑 옷깃 스치고…APEC서도 ‘외골수’ 외교

불발된 한·중 정상회담

윤 대통령, 시진핑과 3분 환담
대통령실 “한·중 충분히 소통”
한·일은 올해만 7차례 ‘최다’
20일부터 영·프 순방길 올라

윤 대통령과 ‘커플 모자’ 쓴 기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한·일 정상 대담’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김창길 기자
악수만 하고 헤어진 시진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김창길 기자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총체적으로 담은 국가안보전략서에서도 한·중·일 표기를 한·일·중으로 바꾸는 등 이 같은 기조를 명확히 드러냈다.

1년6개월 대외정책 성적표가 최저 수준의 한·중 정상회담으로 나타나면서 윤석열 정부는 다시 대외정책 한계를 확인했다. 그간 고차방정식으로 다뤄져오던 대중 외교가 단선적으로 흐르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 공간을 스스로 줄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중관계는 이달 말 열릴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 순항 여부로 다시 시험대에 선다. 다만 한·중·일 정상회담에 중국은 국가주석이 아닌 총리가 참석해와 한·중 정상 간 소통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APEC 회의 기간 중에도 한·일, 한·미·일의 밀착을 국제적으로 과시하는 행보는 두드러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퍼드대학에서 함께 좌담회에 참석하는 등 연일 공동 행보를 폈다.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저와 가장 가까운 기시다 총리와 함께 방문하게 돼 기쁘다”며 한·일, 한·미·일의 첨단기술 협력 필요성을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올해 7차례 한·일 정상회담은) 문자 그대로 신기록”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 회동을 별도로 열고, 함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정상회의에 참석해 밀착 행보를 강조했다.

19일 국내에서 민생 현안보고 등을 받은 윤 대통령은 20일 다시 서유럽 2개국 순방길에 오른다. 20일부터 3박4일간 영국을 국빈 방문한다. 한·영 정상회담, 영국 의회 영어 연설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영 어코드’, 양국 관계에 대해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문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국제박람회기구(BIE) 각국 대표들을 만나 2030 부산엑스포 막판 유치전을 편 뒤 26일 귀국한다. 엑스포 최종 개최지는 오는 28일 BIE 총회에서 결정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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