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도 실전이다…숨 쉬고 피 흘리는 ‘수술 연습용 마네킹’
치명적 부상 실제 환자처럼 재현
조직 절제·기관 삽관 연마도 가능
영국 국방부가 전투 중 치명상을 입은 장병에 대한 치료 기술을 군의관들이 연마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 연습용 마네킹을 개발했다. 이 마네킹은 외형적으로 성인 남성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며, 사람처럼 숨을 쉬고, 출혈도 일으킨다. 훈련을 받는 군 의료진이 문제 있는 조직을 도려내는 연습도 할 수 있어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영국 국방부는 민간 의료계와 공동 연구진을 구성해 전투 중 외상을 입은 장병과 유사한 신체 상태를 구현할 수 있는 ‘수술 연습용 첨단 마네킹(SAM)’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의료적인 처치를 연습할 수 있는 마네킹은 많다. 하지만 SAM은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진보된 특징을 지녔다.
우선 외모가 진짜 사람과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사지를 갖춘 흑발의 남성 형상인데, 바닥에 등을 붙이고 얼굴은 하늘을 향한 채 눈을 감은 모습은 영락없이 의식을 잃은 환자다.
짧은 머리카락과 짙은 눈썹을 한 얼굴에는 거뭇거뭇한 턱수염까지 자라 있다. 적당히 홍조를 띤 뺨 때문에 마네킹이라는 사실을 누군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진짜 사람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연구진은 전장에서 자주 나타날 법한 총상과 골반 부상 같은 치명적인 상처를 진짜처럼 재현할 수 있도록 3차원(D) 프린터로 뽑아낸 구조물을 SAM 몸 안에 넣었다. 연구진은 또 의식은 없지만 호흡은 유지되는 상황을 가정해 숨을 쉬는 것처럼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는 기능까지 SAM에 구현했다.
특히 전투 중 부상으로 극심한 출혈이 일어나는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피가 몸 밖으로 펌프질하듯 일정한 간격으로 뿜어져 나오는 장치도 장착했다. 연구진은 SAM을 상대로 기관 삽관 연습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관 삽관은 환자에게 호흡 장애가 올 때 자주 실시된다.
SAM 초기 모델은 최근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소속 군의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훈련에서 사용됐다.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올해 8월까지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양측에서는 약 50만명의 사상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SAM은 10여년간 관련 연구를 이어나가며 얻은 결과물”이라며 “죽은 인체 조직처럼 생긴 부위도 부착돼 있어 이를 제거하는 수술 기법까지 연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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