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해임 다음날 “멀쩡히 살아있는 내 추도사 읽어”
샘 올트먼 전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 해임 통보를 받은 다음 날인 18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올트먼은 6일 구글플레이 등에 맞서는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GPT스토어’ 구축 계획을 밝히는 등 의욕적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17일 화상회의에서 전격 해임을 통보받기 전까지 이를 몰랐다고 한다. 올트먼은 해임 통보 직후 X에 “오픈AI에서 보낸 시간을 사랑했다. 다음 단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 해임 미스터리… “AI 개발 속도 갈등”
올트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이끌어내며 현재의 오픈AI를 있게 한 장본인이다. 일각에서 ‘AI 업계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도 불렸다. 그런 올트먼의 해임 사유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AI 개발 속도와 상업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오픈AI 내부 ‘매파’와 AI 기술 개발 위험성을 경계하는 ‘비둘기파’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챗GPT 수익화에 속도를 내온 매파 올트먼은 주어진 모든 상황을 학습해서 창작할 수 있는 일반인공지능(AGI) 모델 GPT-5 출시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이에 AI에 대한 인간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위험성을 인지한 이사회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오픈AI 공동 창립자 일리야 수츠케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비둘기파 수츠케버는 올 7월 초(超)지능 AI 을 통제하기 위한 슈퍼얼라인먼트팀을 구성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자신의 책임 범위가 축소되자 이사회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츠케버는 6인 이사회에서 올트먼 해임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츠케버는 올트먼 축출을 반대한 직원들에게 “인류에게 유익한 AI를 만든다는 오픈AI 사명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수익을 추구하고 오픈AI를 글로벌 비즈니스로 구축하려는 올트먼의 욕구”를 해임 이유로 분석했다.
올트먼이 새 스타트업을 추진한 사실도 해임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통신에 “올트먼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AI용 반도체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 중동 국부펀드에서 수백억 달러 조달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애플 전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와 함께 스마트폰을 대체할 AI 기기 개발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오픈AI 브래드 라이트캡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사내 메모를 통해 “어떤 부정행위나 회사 재무, 사생활 문제 등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미 매체 액시오스는 18일 전했다. 액시오스는 “성공한 기술 스타트업 창립 CEO가 부정행위 혐의 없이 축출된 경우는 거의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올트먼은 2019년 오픈AI가 영리기업을 자회사로 설립한 뒤 지분 없이 연봉 6만5000달러(약 8500만 원)만 받고 일했다.
● 해임 후폭풍… 올트먼 복귀 가능성도
올트먼 해임으로 오픈AI는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올트먼과 함께 AI 스타트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공동 창립자 그렉 브록먼과 선임 연구원 3명도 회사를 떠났다. 올트먼 해임 소식이 발표되자 오픈AI 최대 주주 MS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1.68% 하락했다.
다만 올트먼 복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 투자자들은 올트먼 해임 결정을 취소하도록 이사회를 압박했다. 올트먼과 오픈AI 이사회가 복귀를 논의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올트먼과 접촉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든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복귀한다면 올트먼은 이사회 개편 등 오픈AI 운영 방식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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