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열풍 1년 만에 오픈AI CEO '충격적 해임'... 누가, 왜 잘랐나

이서희 2023. 11. 1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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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이사회, 올트먼 CEO 전격 해임 결정
"능력 확신 못해... 소통 솔직하지 않아" 비난
갈등 배경 두고 의문... 동반 퇴사 등 후폭풍
하루 만에 복귀설도... 오픈AI 임원 "낙관적"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해 토론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 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지구촌을 휩쓴 지 1년 만에 그 주역이 회사에서 갑자기 쫓겨났다. 자신이 직접 세운 회사에서, 그것도 전성기를 맞은 시점에 축출되는 충격적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이사회에 의해 전격 해임된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얘기다.

테크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올트먼은 오픈AI를 넘어 전 세계 AI 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전날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 왔다. 본인은 물론, 오픈AI 1대 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MS)조차 올트먼을 축출하려는 이사회 움직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어떤 이유로 그를 몰아냈는지를 둘러싼 의문도 증폭되고 있다. 다만 해고 하루 만에 올트먼의 '복귀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사회의 기습... "회의하자" 다음 날 "해고" 통보

올트먼의 해임 소식이 전해진 건 17일 정오 즈음이다. 올트먼은 전날 밤까지도 이사회의 동향을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매우 기습적인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다.

올트먼과 오픈AI를 공동 창업한 그레그 브록먼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남긴 전후 상황은 이렇다. ①오픈AI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일리야 수츠케버 이사는 16일 밤 올트먼에게 "내일 정오에 이야기하자"는 문자를 보냈다. ②올트먼이 17일 낮 화상 회의에 접속하자, 이사진 6명 중 올트먼과 브록먼을 제외한 이사 4명이 참석해 있었다. ③수츠케버는 곧바로 올트먼에게 '당신은 해고됐고, 곧 뉴스가 나갈 것'이라고 통보했다. ④몇 분 뒤 수츠케버는 브록먼에게도 연락해 '올트먼이 해임됐고, 당신도 나가 줘야겠다'고 했다. ⑤MS는 언론 보도 1분 전에야 올트먼 해임 사실을 전해 들었다.

오픈AI는 공식 성명을 통해 "올트먼이 회사를 계속 이끌 수 있는지, 그 능력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올트먼이 지속적으로 소통에 솔직하지 않아 이사회가 책임을 다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결론 내렸다"고 덧붙였다.

대단히 이례적이자 올트먼으로선 치욕적인 '해고 발표'다. 통상 기업들은 핵심 임원 해임 시 '협의에 의한 교체'나 '자진 사퇴' 정도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고문, 이사회 의장 등 연착륙을 위한 직책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오픈AI는 '올트먼에게 귀책 사유가 있는 해임'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SVN 웨스트에서 열린 오픈AI 첫 개발자 콘퍼런스에 참석한 샘 올트먼(오른쪽)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전 세계 취재진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무라티 CTO는 17일 전격 해임된 올트먼 CEO를 대신해 신임 CEO로 임명됐다. 샌프란시스코=이서희 특파원

이사회는 왜... 올트먼 속도전에 제동? 야심에 불만?

테크업계에선 수츠케버를 주축으로 한 이사진과 올트먼이 회사 방향성을 두고 충돌해 온 데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AI 안전성과 기술 개발 속도, 상용화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전했다.

오픈AI는 범용인공지능(AGI·사람과 같은 지능 수준을 가진 고도로 자율적인 AI)을 통해 모든 인류에 혜택을 주는 것을 사명으로 2015년 설립됐다. 하지만 '유용한 기술을 신속하게 개발해 상용화하는 게 우선이냐, 안전성이 우선이냐'를 놓고 끊임없이 내부 갈등을 빚었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18년 오픈AI를 떠난 배경이기도 하다.

올트먼은 '100% 안전을 확인할 때까지 상용화를 미루면 너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겉으로는 "AI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난 6일 오픈AI 개발자대회에서 '누구나 나만의 챗GPT를 만들 수 있는 도구' 등 진화한 AI 기술을 대거 선보였던 이유다. 반면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는 이사들은 이를 '지나친 속도전'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방향이 아니기에, CEO를 바꿔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법하다.

최근 올트먼이 별도 스타트업을 추진한 게 해임 명분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엔비디아와 경쟁할 'AI 칩 스타트업 설립'을 목표로 중동 국부 펀드 등과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었다고 한다. 오픈AI CEO란 명성을 발판으로 자기만의 사업을 하려 한 행보가 이사회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

오픈AI CEO서 해임된 샘 올트먼. 시간대별 오픈 AI의 CEO 해임 상홍.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사회, 해고 하루 만에 복귀 논의... 올트먼 "지배구조 바꿔야"

그러나 느닷없는 CEO 축출은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선임연구원 3명이 퇴사했고, MS를 비롯한 오픈AI의 투자자들은 해임 결정 취소를 이사회에 압박하고 있다.

18일 테크 전문매체 더 버지는 화들짝 놀란 이사회가 올트먼의 복귀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올트먼은 "돌아갈 의사는 있지만, 지배구조 변화가 전제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으로 오픈AI는 전체적 의사결정권을 가진 비영리 모기업 아래, AI 개발 등 영리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영리 기업이 비영리 기업 이사회의 지배를 받는 구조다. 이런 까닭에 자신이 축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올트먼의 시각인 셈이다.

실제 올트먼의 귀환 시나리오도 가시화하고 있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는 18일 직원들에게 메모를 보내 올트먼과 브록먼 등의 회사 복귀가 "낙관적"이라며 "임원진이 내일 오전 중 또 다른 업데이트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번 사태가 어떻게 봉합될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가능한 시나리오는 오픈AI 이사회 구성원들이 물러나는 것"이라며 "올트먼이 돌아가지 않으면 더 많은 직원이 퇴사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고, AI 시장에서 오픈AI 위치도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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