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망 사흘만에 복구]차세대망 표류에 "터질게 터졌다"… 사고원인 놓고 우왕좌왕
유지관리업체 컨트롤타워 부재
장비노후에 담당자 전문성 부족
세계최고 디지털정부 맞나 비판
행정전산망 마비로 '민원 대란' 등 국민 불편이 초래되면서 공공분야 IT(정보기술)사업 역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전자정부'로 거둔 성과에 안주한 채 기술과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터질 게 터졌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19일 정부가 시도·새올(시군구) 지방행정정보시스템을 정상화했다고 발표했지만 사흘째 이어졌던 장애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자원·옛 정부통합전산센터) 등 담당 부처와 기관에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장애 원인은 대체 무엇?
주민센터 등 현장 공무원들의 행정업무 수행에 쓰이는 시도·새올 행정시스템에 지난 17일 오전 사용자 인증 문제로 장애가 발생, 그 여파로 당일 오후 온라인 민원 서비스 '정부24'까지 멈추면서 공공기관 민원서류 발급이 중단되며 일대 혼란을 빚었다. 정부24는 이튿날인 18일 오전 재개된 상태다.
행안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7일 새올행정시스템 접속오류는 전자서명인 GPKI(정부공개키인프라) 인증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영향으로 확인됐고, 해당 시스템 서버 등을 점검 분석한 결과 네트워크 장비인 L4스위치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L4 스위치 장비는 주로 네트워크 트래픽 부하 분산(로드 밸런싱) 역할을 하며, 전날 저녁 업그레이드 패치 작업을 수행한 것 때문에 초기에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행안부는 대전에 위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도입된 해당 L4 스위치 장비를 지난 18일 새벽 교체, 안정화 작업과 테스트를 거쳐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주민등록발급 등 24만여 건의 민원이 정상적으로 처리됐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장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비를 이중화해 운영하고 있다. 당일에는 동일한, 이중화된 두 개의 장비가 순차적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에 결국 장애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가 사흘만에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발표하까지 업계에는 장애 원인을 두고 추측이 난무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과 다른 두 민간 SI(시스템통합)업체가 네트워크와 인증 등 각각의 영역에서 유지관리를 맡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라 할 곳이 없었다. 국자원의 조정이나 기업 간 정보공유도 미흡한 상태에서 제각각 장비나 시스템 변경이 이뤄지면서 원인 파악도 난항을 빚은 것으로 지적됐다.
장비 하나 문제로 이렇게 시일이 걸렸다는 것에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도 나온다. 장애 발생 당일 L4 스위치 패치 작업뿐 아니라 그 외 다른 작업들도 수행됐으며, 정부24가 먼저 정상화될 때 외려 L4 스위치는 패치가 적용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서버의 특정 솔루션 또는 대전-광주 센터 간 네트워크 상태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인증시스템 로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파악이 지연됐다는 말도 나온 바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시대에 수기 '굴욕'
행정업무 현장에서 임시적으로 수기 기록까지 권장된 이번 사태에 대해 IT업계에서는 놀라움이나 두려움보다는 한숨이 앞서는 분위기다. 공공 IT시스템 장애나 대형 공공 SW(소프트웨어)사업의 난항이 잇따르고 있지만, 비판은 그때뿐이고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일어난 시도·새올 행정시스템은 전자정부 시절 지방 정보화의 핵심시스템으로 구축돼 30만 지방공무원이 쓰고 있다. 그러나 각각 2004년, 2006년 구축된 이후 차세대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유지보수에 의존해 운영돼왔다. 시스템이 노후화되면서 신기술 적용뿐 아니라 기존 설계 문제로 서비스 추가도 어려워지자 2021년부터 차세대 지방행정공통시스템 구축사업이 추진됐으나 예산 확보 등 문제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는 또 내년을 기약하는 상황이다.
제도적 한계에 따른 공공 IT담당자들의 전문성 부족 문제는 이번에도 지적됐다. 기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자리에 여전히 행정직이 많으며, 심지어 순환근무로 전문성을 쌓을 수도 없는 여건이다. 이번에 원인 파악에 오래 걸린 것 또한 민간 데이터센터 기업 등과 달리 IT거버넌스가 제대로 수립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SW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코로나 때 백신예약시스템 장애와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때보다 나아진 게 없는 것"이라며 "현재 공공 IT분야에선 감리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발주자가 선정하다보니 수주자에 대한 이행 점검 차원밖에 안 되는데, 공공까지 감리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SI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와 같은 유지보수 사업에서 IT서비스 기업들이 거두는 수익률은 장부상 3%를 밑돈다. 실제론 마이너스를 면하기 바쁠 것"이라며 "IT분야 신규사업은 일단 기획재정부에 가면 30%씩 깎고 시작한다는 상황에서 디지털 강국은 요원하다"고 전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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