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 [실리콘밸리 사람들]
소셜게임·육아커뮤니티 이후 세번째 창업
월간 활성 사용자 3억명 회사로 키워내
예비창업자 키우는 ‘유니콘’ CEO… "최소 10년은 매달려야"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실리콘밸리는 누군가가 하겠지라고 생각하기 보다 우리가 해보자,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를 만드는 곳이다. 실패도 많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이 거둔 엄청난 성공으로 미래 가능성에 투자하는 곳이다."
기업간거래(B2B) 채팅 솔루션 기업 센드버드 김동신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말하는 실리콘밸리다. 지난 2013년 김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센드버드는 스타트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투자 유치 금액만 2억달러(약 2633억원)에 달하고 기업가치도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준인 10억달러(1조3000억원)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센드버드의 주요 고객사는 페이팔, 도어대시 등 글로벌 기업과 미국 100대 기업에 속하는 월그린스, KB국민은행 등인데 센드버드의 월간 활성 사용자는 3억명에 이른다.
■유니콘 기업 이상의 센드버드
김 대표는 창업만 3번을 했다. 그는 "엔씨소프트 시절 혼자 쓰려고 운영툴을 만들었는데 운영툴이 좋다는 평가가 나와서 팀 전체가 사용했다"라면서 "그 좋은 경험이 창업을 결심하는데 꽤 큰 영향을 줬다"고 소개했다. 이어 "피드백이 와서 운영툴을 다시 개선했더니 팀원들이 그 툴을 더 잘쓰고 그 툴로 우리팀의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그는 "이런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 있는 창업을 해서 평생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센드버드는 김 대표가 창업한 3번째 회사다. 그는 지난 2007년 소셜 게임 기업 파프리카랩을 창업했고 5년 뒤 일본 게임 업체인 그리(GREE)에 매각했다. 2013년에는 워킹맘의 육아 커뮤니티 스마일패밀리를 창업하면서 미국에 진출했다. 스마일 패밀리의 메시징 기능에서 더 큰 가능성을 보고 지난 2015년 기업용 메시징 솔루션으로 전환한 것이 센드버드다.
센드버드는 지난 2016년 와이콤비네이터(YC)로 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급성장했다. YC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다.
센드버드는 현재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기업 고객들이 센드버드에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스톱으로 할 수있는 '옴니채널'을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내년 1·4분기 정도에 '옴니채널'이 공개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옴니채널 핵심은 고객사들이 센드버드의 맞춤형 커뮤니케이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채팅, 음성 및 영상 통화, 라이브스트리밍, 알림 메시지, 고객 지원 데스크, AI 챗봇 등으로 고객과 '고객 여정'(커스터머 저니)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센드버드는 현재 AI챗봇을 활용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부동산 서비스 기업 레드핀과 AI 부동산중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부동산중개인과 검색의 한계를 극복시키기 위해 레드핀과 AI 부동산 중개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센드버드의 AI챗봇을 활용하는 AI부동산 중개인은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부동산 자료를 고객에게 빠르게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VC로서 스타트업 도울 수 있어 보람
김 대표는 현재 정식 벤처캐피털(VC)로서도 활동중이다. 지난 2021년 VARON(발론) 캐피털을 설립하고 300억원 규모의 1호 펀드를 운용중이다. 센드버드 주주들이 자본을 투자했고 이사회에서 승인도 받았다.
그는 "외로운 위치에 있는 스타트업 대표, 창업자를 VC로서 지원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것은 복받은 일"이라면서 "VC로서 활동하는 것에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발론 캐피털은 현재까지 4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투자 분야는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헬스케어, 인공위성, 반도체칩셋, 핵융합 분야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펀드구조상 스타트업 투자는 얼리스테이지 창업 때부터 시리즈A까지만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얼라인먼트가 잘돼 있는 좋은 팀이 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를 풀겠다고 하면 관심이 간다"면서 "팀 자체를 본다. 혹시 스타트업이 잘 안됐을 때도 다음 것을 잘할 수 있는가도 판단한다"는 투자철학도 밝혔다.
그는 VC 1호 펀드를 더 키우지 않고 정비시간을 가진 후 2호 펀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예비 CEO들에게 최소 10년은 매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창업은 자전거 타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타봐야 알 수 있고 넘어져야 배울 수 있다"면서 "무조건 10년은 한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미국은 이민자가 경제 테크 유니콘 상장사 대표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가 파격적인 출산율 증가 정책을 낼 수 없다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없고 우리의 경제는 번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인구감소를 극복할 수 없다면 국가가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 기업가들이 해외에 나가서 외화를 벌고 한국 경제규모를 키울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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