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금 약 6억 잭팟' 이예원 "이런 상금 처음, 실감 안 나요", 무관 신인왕→2관왕→퍼펙트 엔딩 [위믹스 챔피언십 현장]
이예원(20·KB금융그룹)에게 우승 상금으로 주어지는 25만 위믹스(WEMIX)는 물론이고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도 여전히 생소하다. 그러나 이제 한 가지는 분명하게 파악했다. 왕중왕전 격으로 열린 마지막 이벤트 매치의 상금이 무려 6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예원은 19일 부산시 기장군 해운대비치 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이벤트 매치 '위믹스 챔피언십 2023(총상금 100만 위믹스)' 둘째 날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 노승희(요전건설)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위믹스 포인트 랭킹 상위 24명의 선수가 참가한 왕중왕전성 대회로 열린 위믹스 챔피언십의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한 이예원은 우승 상금으로 25만 위믹스를 받았다. 주최사 위메이드의 가상화폐인 위믹스는 19일 오후 5시 37분 기준 1위믹스에 2386원을 기록 중이다.
한화로 환산 시엔 5억 9650만 원. 지난 시즌 신인상을 차지했던 이예원은 올 시즌 3승을 거머쥐며 위메이드 대상과 함께 상금(14억 2481만 7530원)왕까지 차지하며 2관왕에 등극했다. 마지막 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현재 기준 올해 대회 상금으로만 20억 원을 넘게 벌어들였다.
이번 대회는 첫째 날 매치플레이, 둘째 날 스트로크 방식으로 열렸다. 총 24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상위 12명이 매치플레이 상대를 지목해 대결을 벌이는 방식으로 1라운드를 진행했고 위믹스 포인트 2위 이예원은 23위 한진선(카카오VX)을 택해 2홀을 남기고 3UP(3&2)로 이겼다.
위기도 있었다. 16번 홀(파5)에서 티샷이 OB 지역으로 빨려 들어갔다. 결국 2타를 잃었고 이미 경기를 마친 2위 노승희와 격차는 한 타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침착히 나머지 두 홀을 파로 지킨 이예원은 최종 우승자로서 가장 완벽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우승자 공식 인터뷰에 나선 이예원은 "요즘 샷감이 좋은 상태여서 오늘도 즐겁게 플레이하려고 했다. 샷도 잘되고 퍼팅감도 좋아 우승을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엔 절친한 친구이기도 한 프로골퍼 유서연(20·아웃백 골프단)이 캐디백을 메고 이예원을 지원했다. 경기를 마친 이예원은 "미들 퍼팅을 할 때 애매한 거리가 몇 개 있었고 라이(그린경사)도 애매해 확신이 없었는데 조언대로 치니 버디로 이어졌다.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며 "(가상 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챙겨 줄 생각"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예원에겐 더 없는 자극제가 됐다. 올해는 지난 4월 시즌 2번째 대회 롯데렌터카 여자오픈부터 정상에 올랐고 8월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지난달 하이트진로 챔피언십까지 3승을 챙겼다. 소포머어 징크스도 없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완벽한 엔딩을 쓰게 된 이예원이다. 좁고 짧고 바람까지 부슨 코스에서 바람체크와 함께 연신 '바람체크'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예원은 16번 홀 티샷을 제외하면 크나 큰 실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12번 홀에선 이글까지 챙겼다.
"(2온 후 퍼팅 때) 내리막 슬라이스 라이였고 서연이가 버디만 하자고 해서 (홀에) 붙이려고 했는데 운이 좋게 들어갔다"며 16번 홀 장면에 대해선 "슬라이스 바람이 불었고 이 전까지 티샷 미스가 없어 마음 편히 티샷을 쳤고 바람이 많이 불어 내려올 줄 알았는데 안 내려 오더라"라고 말했다.
우승 상금 25만 위믹스에 대한 소감도 빠질 수 없었다. 엄청난 상금임에도 이예원은 상대적으로 크게 긴장감 없이 대회에 나설 수 있었다. 그는 "(상금 활용은) 아직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가족들과 상의해보고 결정하려고 한다"며 "이렇게 상금을 받은 적이 처음이라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 가상화폐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상화폐다보니까 정규투어만큼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며 "상금 개념이 없어서 좀 더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내년엔) 긴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무관 신인왕'이 투어 최고의 선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로 멘탈을 빼놓을 수 없다. 이예원은 "작년에 우승 문턱에서 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조금만 더 경험하고 멘탈이 뒷받침되면 우승이 찾아오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즌을 마무리했다"며 "개막전부터 기회가 와서 좋은 흐름으로 한 해를 마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어린 나이에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선 "멘탈 관리는 따로 하진 않고 작년 실수한 것을 체크하고 생각을 바꾸고 경험이 쌓이니 우승 할 수 있었다"고 덤덤히 말했다.
대회 후 스케줄을 묻자 해맑은 표정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다닐 것"이라고 말한 이예원이지만 골프 얘기할 때만큼은 눈빛이 달랐다. 늘 발전을 원하는 누구보다 욕심 많은 선수다. "올해 목표가 작년보다 나은 한해 보내자는 것이었는데 대상과 상금왕까지 이뤄 기쁜 한해가 됐다"면서도 2021년 박민지의 누적 상금을 비공식이지만 넘어섰다는 평가에 "(이번 대회가) 공식적인 정규 투어 대회는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는 생각을 안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더위 극복을 지난 오프시즌 과제로 삼았던 그는 "올해는 롱아이언과 숏게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동계훈련 때는 그 두 개를 좀 더 중점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라며 "기록적으로도 그렇지만 플레이하는 걸 보면서 부족했던 걸 보완하고 싶다. 성적보다 (질적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게 하고 싶다. 기록 면에선 내년엔 올해 못한 다승왕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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