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네트워크 장비 탓"이라지만…정확한 원인 몰라 또 멈출수도

이상은/김대훈/정희원 2023. 11. 1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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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만에 행정망 복구했지만…전문가 "불씨 여전"
행안부 "모두 해결" 발표에도
IT업계 "정부 해명 의문투성이
장비 교체 한두 시간이면 가능
이중화 조치 미흡도 문제" 지적
소방본부 긴급구조시스템 등
수십년 정비 안된 곳 '수두룩'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방문해 정부 행정전산망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행정전산망은 일부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한 뒤 정상 작동하고 있지만 장비에 문제가 생긴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제공


“서비스는 재개됐고, 문제는 다 해결된 겁니다. 원인도 다 밝혔습니다.”(행정안전부 관계자)

19일 긴급 브리핑에서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입장은 확고했다. 지난 17일부터 18일 오전까지 이어진 지방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의 문제를 찾아서 모두 해결했다는 것이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재개된 서비스가 더 안정화하도록 계속 모니터링하고 상황을 관리하겠다”며 “17일 당일 처리하지 못한 민원에는 신청 날짜를 소급 처리하는 등 국민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행안부가 지목한 먹통 사태의 원인은 네트워크 장애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행정 처리를 위해 접속하는 새올 지방행정정보시스템에 공무원의 접속을 허용하는 인증시스템(GPKI)이 있는데 이 인증시스템의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L4 스위치)에 이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에 대해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사안이 그렇게 명쾌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안부 “문제 다 해결” 자신

행안부는 17일 문제가 발생하자 전날 밤 업데이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여겨 기존에 사용하던 네트워크 장비를 동일한 제품으로 교체했다. 이 작업 덕에 새올 시스템은 낮 12시20분께 일부 작동했다.

이번엔 오전부터 문제가 있던 정부24 민원 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새올 시스템도 작동하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오후에 두 시스템이 모두 다운돼 인증시스템 전체를 다 뒤집어 봤다”며 “문제로 특정된 GPKI 시스템과 그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를 전보다 더 큰 용량으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18일 새벽 4시께 안정화 작업에 들어갔고, 테스트 결과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나 오전 9시부터는 정상적으로 서비스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IT업계 “복구 지연 의아”

IT업계에서는 이런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서버 간 신호 분산을 위한 L4 스위치 장비가 복수로 갖춰져 있었다면 이렇게 문제가 커지기 어려운데, 그것을 원인으로 지목한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전문가도 “L4 스위치를 바꿔 끼우는 것은 한두 시간이면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라며 “이걸 해결하는 데 24시간 이상 걸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진짜 문제였다면 행안부가 17일 네트워크 장비를 바꿨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과도 배치된다.

행안부의 해명이 맞는다고 해도 IT업계에서 ‘상식’으로 여겨지는 기본적인 조치가 됐더라면 이번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단 평일에 백업도 아닌 본 시스템에 업데이트를 했다가 오류가 났다는 것부터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간기업에서는 주말 등 테스트를 충분히 해 볼 수 있는 시간에 백업 데이터베이스에서 업데이트를 해 본 후 본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강조된 이중화(문제 발생 시 다른 장비 경유)가 충분히 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장비를 이중화해 운영하는데, 17일에는 이중화된 두 개 장비가 차례로 계속 문제를 일으켜 장애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라는 해명이다.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정확히 어느 장비가 문제라고 밝히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해명이 다소 불투명한 점이 있음을 인정했다.

 곳곳에 ‘시한폭탄’

IT업계에서는 유지·보수 비용을 제대로 들이지 않고 문제가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며 ‘폭탄 돌리기’를 하는 정부 IT 시스템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중 하나가 소방본부의 긴급구조표준 시스템이다. 새올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2000년대 중반 정부가 ‘디지털 정부’를 표방하면서 도입했는데, 15년 이상 근본적으로 보수하지 않아 언제 문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지적이 몇 년째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작년부터 이 시스템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새올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보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보니 진행이 더디다. 소방청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비슷한 시기에 구현된 정부 시스템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다른 서비스도 같이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은/김대훈/정희원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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