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휩쓰는 소아 폐렴, 국내 입원 환자 4주새 2배로
중국에서 유행 중인 호흡기 감염병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병은 백신도 없다. 방역 당국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중증으로 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코로나 등 다른 호흡기 감염증과 동시에 걸리면 위험할 수도 있다면서 개인 방역 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병원 218곳 표본 감시 결과 11월 둘째 주(5~11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는 226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셋째 주 102명이었는데 최근 4주간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입원 환자의 79.6%는 12세 이하다. 질병청 관계자는 “아이들은 성인보다 면역력이 약한데,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서로 접촉이 잦아 감염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독감과 수족구병 등과 함께 4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질병청이 표본 감시를 한다. 국내에서는 3~4년 주기로 유행한다. 가장 최근 유행은 2019년으로, 그해 1만3479명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입원했다.
이 병은 환자와 직접 접촉하거나 환자가 기침·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잠복기는 증상 발현 후 2~4주다. 초기 증상은 발열·두통·인후통 등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침이 심해진다. 통상 일주일 정도 앓는 감기와 달리, 증상이 3주 정도 이어진다. 예방 백신은 없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인 폐렴에 사용하는 항생제로도 대부분 치료가 되기 때문에 백신 개발 요구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걸리면 약 3주 안에 회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인플루엔자 등 다른 호흡기 감염증과 함께 걸리면 중증으로 진행돼 뇌수막염과 뇌염·심근염·관절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12월 태국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5) 공주가 의식불명에 빠진 원인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감염에 따른 심장 염증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학교·유치원·어린이집에서 식기·수건·장난감의 공동 사용을 제한하고 올바른 손 씻기 등으로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달라”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여름부터 시작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이 겨울철이 되며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소아과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과 기타 호흡기 질환에 걸린 환자들로 포화 상태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의 유행 수준이 중국처럼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중국은 우리보다 의료 수준이 낮기 때문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대비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국내 유행 조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국과 같은 확산세를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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