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내내 아트페어 즐기는 '플랫폼' 만들것"
관람·구매·결제 한곳서 이뤄지게
내년 '아트부산'서 앱 론칭 계획
IT기술로 미술시장 비효율 개선
한국성장세 가속·글로벌화 목표
“사실 미술품 거래 장터인 아트페어도 플랫폼이에요. ‘미술품 플랫폼’으로서 아트페어의 기능을 더 활성화해야 우리도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17일 아트부산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정석호 ㈜아트부산 이사는 예술계 인사의 입에서 좀처럼 듣기 힘든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는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게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가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게 플랫폼의 역할이라면 아트페어도 명백히 플랫폼”이라며 “기존 아트페어 고객들이 이 플랫폼을 좀 더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다 생각해낸 게 ‘디파인 서울’”이라고 설명했다.
‘아트부산’은 ‘키아프 서울’과 함께 국내 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다. 정 이사는 2019년 어머니인 손영희 이사장이 만들고 운영하던 로컬 아트페어 ‘아트부산’에 해외 갤러리를 불러들여 현재와 같은 규모로 변화를 주도한 주인공이다. 미술학도도 아니고 경영학도도 아니지만 경영자 관점으로 아트페어를 바라본 것이 주효했다. 베를린자유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던 유학생 시절부터 맺어온 인맥들도 큰 역할을 했다.
실제로 독일 베를린의 에프레미디스를 비롯한 유럽 유수의 갤러리가 아트부산을 통해 한국 미술 시장을 처음 경험했다. 한국 미술 시장은 2022년 세계 최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eize)’가 서울에 입성하면서 그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는데 2019년부터 감각적인 유럽의 갤러리와 협업한 아트부산도 2021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나며 그 수혜를 봤다.
하지만 정 이사는 시장의 성장세에 올라탄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일부 ‘특권층만의 리그’로 여겨지던 미술품 거래 시장에 젊은 컬렉터가 대거 진입하는 모습을 포착했고 스타트업 창업자처럼 분주하게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그 첫 단추가 올해 5월 열린 아트부산에 도입된 ‘챗 도슨트’다. 챗 도슨트는 챗GPT를 활용해 관람객이 작품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면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답변하는 서비스다.
아트부산은 이때부터 아트페어를 단지 미술품을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바라보며 체질 개선에 더욱 힘을 쏟기 시작했다. 정 이사는 “1년에 한 번 하는 행사를 단 5일 만에 끝내는 건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 열기를 1년 내내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은 컬렉터들이 플랫폼을 1년 내내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 이사가 말한 아이템이 바로 최근 막을 내린 ‘디파인 서울’이다. ‘디파인 서울’은 서울 성수동 세 곳의 건물에서 진행된 디자인 작품 전시회다. 정 이사는 “연말은 국내 아트페어의 비수기이지만 이 시기에도 컬렉터들을 미술이라는 매개로 연결하고 싶었다”며 “나아가 먼 미래에 글로벌 시장까지 확장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우리만의 색깔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고작 1% 안팎인 한국 미술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아트페어 기업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스타트업 ‘큰손’들의 구미를 당겼다. 아트부산은 8월 국내 유니콘 스타트업 대표들과 유명 벤처투자자로부터 수십 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까지 유치한 아트부산의 장단기 목표는 세계 시장 진출과 플랫폼 서비스 확장이다. 전자는 후자가 선행돼야 가능하다. 내년 5월 열릴 ‘아트부산’은 아트페어가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무대로 미술품 관람과 구매, 결제가 모두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애플리케이션을 론칭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술시장의 여러 가지 비효율적인 부분을 정보기술(IT)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아트페어도 혁신하지 않으면 작은 한국 미술 시장을 벗어나기 어렵다”며 “아트부산의 본질은 아시아의 다른 미술 시장과 연대하는 것인 만큼 아트부산이라는 기업이 주도해 한국 미술 시장의 색깔을 정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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