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고속철 밀어붙이는 野 … 법안통과도 안됐는데 예산 반영
특별법 내달 8일 통과 추진
행안부가 先예산 요구할땐
"국회가 만만하냐" 으름장
철도 지하화·5호선 연장 등
수조원 필요 대형 개발사업
총선 겨냥 '예타면제' 잇달아
더불어민주당이 총사업비가 11조원이 넘는 달빛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아직 관련 법안이 본회의조차 통과되지 않은 데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내년 예산안에 반영부터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광주시청을 찾아 "정기 국회 안에 반드시 관련 법을 통과시키고 설계 용역 예산 일부라도 반영해 내년에는 이 사업이 본격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대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약속한 데 이어 연일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내년 예산안 심사가 제때 마무리돼 법정 시한 내 국회 승인을 받는다면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이 예상하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 처리 시점은 다음달 8일 또는 9일이다. 예산안 처리 시점에 입법되지도 않은 특별법이 추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기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민주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이 달빛고속철도 특별법과 마찬가지로 입법 전 예산을 요구한 행정안전부에 대해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 추진한 것과 비교하면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행안부 예산안 심사에서 163억원의 예산이 배정된 '모바일 신분증 플랫폼 구축 사업'에 대해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행정부가 새 시스템을 도입하면 빨리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키고 예산을 요구해야 한다"며 "예산부터 올리면 누가 동의하나. 국회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이느냐"고 지적했다.
이런 민주당이 정부에서 요구하지 않고 법안도 아직 통과되지 않은 달빛고속철도 예산을 직접 만들어 반영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해 연내 통과가 유력하다고 해도, 예타 면제까지 공공연히 약속하는 것도 공개적으로 예타 면제를 반대하고 있는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수십조 원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대규모 개발 특별법이 여야 할 것 없이 '예타 면제' 꼬리표를 달고 나오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하루 간격으로 도심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는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 사업은 기존 지상철도를 지하에 신설하고 지상철도 용지를 새롭게 개발하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경부선·경인선·경의선·경원선·경춘선·중앙선 등 6개 국철노선의 지상 구간 71.6㎞와 도시철도 4개 노선의 지상 구간 29.6㎞의 지하화 사업에 45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의원의 특별법안에는 예타 면제 조항이 들어 있다. 민주당이 최근 내놓은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예타 면제' 당론은 여당의 '메가시티 서울' 공약에 대응해 나온 대책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발의한 수원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대해 수원시에서는 사업비를 20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직 지역 간 이해관계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아 공항 이전 후보지 지역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이 특별법 역시 예타 면제가 가능하도록 발의됐다.
정치권이 2000억~3000억원 단위 지역이나 정부 사업은 예타 수행 여부에 무관심하면서 유독 많게는 10조원이 넘어가는 초대형 국책 개발 사업에만 '예타 면제 찬스'를 쓰는 것은 결국 총선 표심을 겨냥한 행태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기재부의 재정사업평가위원회 회의에 따르면 총사업비 2019억원 규모의 소방청 차세대 119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은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타당성 조사를 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나 지역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은 사업이 어디 있겠느냐"며 "여야가 특정 사업만 취사선택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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