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확인없이 내준 은행대출…선순위 효력 있는지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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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로 부동산·금융 거래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민들 피해가 속출했다.
행정기관과 금융기관마다 임시방편으로 업무를 처리했지만, 그럼에도 피해가 발생했다면 개인별·단체별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선 주민센터에서는 전산 마비로 인해 확정일자를 포함한 업무를 수기로 먼저 기입한 뒤 추후 전산 입력 과정을 밟아 나가는 식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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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피해 줄소송 가능성 커
"손해입증 어려워 승산 낮아"
◆ 디지털 강국의 민낯 ◆
초유의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로 부동산·금융 거래에 차질이 생기면서 시민들 피해가 속출했다. 행정기관과 금융기관마다 임시방편으로 업무를 처리했지만, 그럼에도 피해가 발생했다면 개인별·단체별 손해배상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민원24가 마비되면서 은행 창구에 찾아온 첫 혼란은 신분증 진위 확인이었다. 일단 은행권은 운전면허증을 비롯한 복수의 신분확인증을 활용해 주민등록증이 위조된 것인지를 체크하는 식으로 사고에 대비했다. 위조 신분증으로 은행 거래를 하면 금융실명제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실무적으로 가장 큰 혼란이 찾아왔던 분야는 전세대출이었다. 전입신고, 확정일자 기재를 비롯한 업무 관련 전산이 막혔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절실함을 감안해 일단 대출을 내주고 영업이 재개되는 월요일에 법적 관리 관계를 따져볼 예정"이라며 "전산 마비가 천재지변 같은 사유로 구분되는지 확인해 다른 채권 대비 선순위 대응력이 인정될지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선 주민센터에서는 전산 마비로 인해 확정일자를 포함한 업무를 수기로 먼저 기입한 뒤 추후 전산 입력 과정을 밟아 나가는 식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가족이 은행 업무를 대리인 자격으로 보거나 미성년자 자녀 계좌를 개설하는 업무는 정부 전산이 완전히 복구돼야 다시 가능하다.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은 수기 발급이 곤란하기 때문이다.
임시방편에도 서류 발급에 문제가 생겨 손해가 발생했다면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손해 입증이 어려워 소송을 걸더라도 승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광석 로티스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손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고 입증하더라도 배상 책임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행정망 마비에 불법행위 등 통상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원인이 있지 않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해와 원인 간에 인과관계도 증명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병택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도 "개인마다 상황이 너무 달라서 단체로 소송을 걸기가 쉽지 않고, 일괄적으로 위자료를 청구한다고 해도 실익이 있는 금액이 인정될 것 같지 않다"며 "그다지 성공 가능성이 있는 소송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로 소비자들이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법원은 카카오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32 단독 이주헌 판사는 지난 8월 서민민생대책위원회 등 6명이 카카오를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으로 원고들에게 사회 통념상 수인 한도를 넘는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원고들이 카카오톡 등 관련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의 이용자임을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예빈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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