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부실 털고 가자" 증권사 줄줄이 실적 내리막
투자 부동산 가격 하락에
채권평가손실 악재 겹쳐
충당금 대거 반영 영향
실적 바닥치고 내년 개선
저점 매수도 고려해볼만
올해 2분기 차익결제거래(CFD) 미수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의 충격을 간신히 넘겼던 증권사들이 3분기에도 시장 눈높이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각종 충당금 적립에 따른 이익 감소에 더해 고금리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고금리 지속에 따른 조달 여건 악화와 수익성 저하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투자은행(IB) 부문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3분기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7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CJ CGV 전환사채 미매각 평가 손실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평가 손실 등으로 약 12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부동산 손상차손에 불확실성이 있어 순이익이 바뀔 우려가 있다"면서 "고금리 환경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도 일회성 비용을 대거 털어내면서 올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당기순이익은 1007억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45%가량 감소했다. 3분기 채권랩 관련 손실 200억원, 파생결합증권(DLS) 관련 소송 패소 손실 300억원, 일본 태양광발전소 평가 손실 300억원 등 총 800억원의 일회성 비용을 반영한 영향이다.
올 상반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메리츠증권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로 3분기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줄어든 1617억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영업 외 이익 부문에서 투자상품 관련 충당부채를 적립하면서 3분기 당기순손실 18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올 3분기 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71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IB 부문이 9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모펀드 사적화해 등을 반영한 충당금을 300억원가량 설정하면서 당기순손실 역시 143억원으로 확대됐다. 다올투자증권도 올 3분기 영업손실 324억원을 기록했는데 부동산 PF 충당금 추가 설정의 영향이 컸다.
IB 부문은 4분기에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도 뚜렷한 업황 개선이 나타나긴 힘들어 보여 증권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주식·채권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반등할 수 있지만 부동산·PF 시장은 실질적인 이자비용 하락이 가시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의 경우 3분기 누적 IB 부문 영업이익은 1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33억원이 줄었다.
다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은 충당금이나 손상차손 반영이 적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주선 수수료가 늘어나며 전통 IB 수익이 전 분기 대비 18% 증가했고 브로커리지 관련 이자수익도 전 분기 대비 10% 늘었다. 삼성증권은 금리 상승과 주가연계증권(ELS) 조기 상환 감소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난 1510억원의 지배주주순이익을 거뒀다. 키움증권 역시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4분기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지만 3분기에 202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완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내년부터는 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운용 환경이 나아지고 증시 반등으로 브로커리지 수익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저점 매수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은 올해 선제적으로 부실에 대비한 대규모 비용을 반영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국고채 3년물 3.88%인 금리가 내년 말 2.9% 정도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증권사들의 채권 평가 이익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증권업종의 순자산이익률(PBR)이 0.4배로 낮은 수준이라 주가 반등 여지는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등에서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해 증시 분위기가 반전되면 상승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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