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연기력의 균형, 종방 ‘연인’이 남긴 것[스경연예연구소]
드라마 ‘연인’의 마지막은 슬프지만 두 주인공이 행복한 ‘해피엔딩’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빼고는 거의 잃었지만, 거꾸로 둘의 사랑이 살아있었기에 해가 떨어지는 바닷가에서도 행복한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지상파 드라마의 영향력과 위세를 보여준 ‘연인’은 이렇게 시청자들에게도 작별을 고했다.
MBC 금토극으로 방송된 ‘연인’은 그 파트 2의 마지막 회가 지난 18일 방송됐다. 19일 발표된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의 집계에서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이 12.9%를 기록하며 파트 1, 파트 2를 통틀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동 시간대 전 채널 1위, 금토극 전 채널 1위의 기록으로 최고 순간 시청률은 17.8%를 기록했다. 광고 및 채널 경쟁력의 주요 지표인 2049 세대의 시청률 역시 4.1%로 18일 방송된 모든 채널의 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했다.
21회라는 긴 회차, 파트 1과 2로 이어진 배분을 통해 ‘연인’은 무려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화제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드라마는 안방에 새로운 지표를 제공함과 동시에 또 숙제도 남겼다.
■ 역사와 로맨스, 하나가 되다
드라마는 ‘제왕의 딸 수백향’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등을 쓴 황진영 작가와 ‘검은태양’을 연출한 김성용 감독이 힘을 합쳐 일찍부터 선 굵은 사극의 가능성을 보였다. 황 작가는 미국의 고전으로 불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오마주하며 전쟁이라는 국난을 마주한 군주와 민초들이 그 과정을 거쳐 어떻게 성숙하고 타락하는지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단순한 사랑 이야기일 수 있었던 드라마에 설득력과 긴장감을 부여한 것은 단연 병자호란에 대한 실감 나는 고증이었다. 특히 전투와 액션에 자신감이 있었던 김 감독의 역량이 빛났다. 여진족의 언어까지 고증하고, 조연배우까지 모두 ‘변발’ 머리를 재현하기 위해 삭발을 마다하지 않는 투혼 속에 주연들도 전쟁 속에서 실체 공포와 피로를 살려내는 열연을 선보였다.
전쟁이라는 큰 축이 살아나자 그 안에서 꺼져가는 민초들의 삶과 이장현(남궁민), 유길채(안은진)의 사랑 역시 안타까움을 더했다. 결국 파트 2는 청에 볼모로 잡혀가는 이장현, 유길채의 모습과 이들이 돌아와서 다시 조선에서도 고초를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자호란이 일어난 원인, 그때까지 잠들어있던 조선 지배체제 그리고 사대부들의 부조리, 인조와 소현세자의 정치적 애증 등이 드러났다. 결국 최근 그 뿌리를 알 수 없는 퓨전사극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역사에 깊이 뿌리 박고, 그 안에서 교훈을 찾는 ‘연인’의 행보는 남녀 시청자들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설정을 이겨내는 열연
이장현 역을 맡은 남궁민은 이번 작품을 통해 ‘스토브리그’ ‘검은태양’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연기대상’이 가장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레트 버틀러(클라크 케이블)를 연상시키듯 한량 같으면서도 철두철미하고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순정을 바치는 캐릭터는 많은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극의 가치는 안은진이라는 배우가 재발견되면서 더욱 솟아올랐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한사람만’ ‘나쁜엄마’를 통해 깊이를 더한 안은진은 ‘연인’을 통해 대하서사를 주인공으로서 너끈히 이끌 수 있음을 증명했다.
특히 안은진이 연기한 유길채 캐릭터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비비언 리)를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서 호평을 받았다. 극 초반의 활달한 모습에 이어 전쟁을 맞이한 상황에서도 더욱 성숙해지면서 강인해지는 모습은 그저 소품으로 격하되는 다른 사극의 여주인공과는 달랐다.
두 사람은 후반부 들어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설정이 이어져도 그동안을 이어온 감정으로 극을 뒤덮으면서 ‘설정을 이기는 연기의 힘’을 보여줬다.
게다가 이학주, 이다인, 김윤우, 이청아, 박정연, 박강섭, 권소현, 최무성, 김종태, 김무준, 전혜원, 양현민, 최영우, 김태우, 최종환, 김준원, 문성근 등 많은 배우들도 분량에 관계없이 조선과 청의 많은 인물들로 분하며 방대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연인’은 선굵은 역사 드라마의 모습을 하고서도 심금을 울리는 러브스토리가 가능함을 만천하에 알리면서 향후 계획될 사극의 방향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로 자리하게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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