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슬러 과거를 엿보는 슬로시티 여행지 경북 영주
[투어코리아=유경훈 기자] 11월 7일 오전 9시. 서울 청량리역에서 KTX을 타고 한 시가 30분 가량 달려 도착한 곳은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시. 절기상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立冬)을 하루 앞두고 양 볼에 스치는 찬바람은 매서웠지만, 영주 팸투어에는 큰 장애가 되지 못했다.
' ◆ 선비고장' 영주시는~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경북 영주시(榮州市)의 또 따른 이름은 '선비(先備) 고장'이다.
선비는 양반이지만, 모든 양반이 다 선비인 것은 아니다. '선비는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이나 재물을 탐하지 않은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있다.
즉 양반은 지배계층 신분으로서 소위 가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선비는 내면의 발전 없이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청렴결백하면서 행동하는 양심', 즉 요즘 인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데, 선비야말로 미래 인재상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영주시의 역사 문화적 배경은 '선비'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우리나라 유교 문화의 발상지인 소수서원(원래이름 백운동 서원)이 바로 이 고장(영주시 순흥면) 터를 잡았다.
소수서원은 '조선 선비 정신의 산실'로 우리나라 서원(오늘날 사립대학)의 발원지이다. 소수서원 건너편에 선비촌이 있는데, 그 뿌리가 소수서원이다.
소수서원은 신재 주세붕이 우리나라 주자학의 시조 회현 안향을 배향하고자 1543년에 세웠고, 1550년 풍기군수 퇴계 이황의 요청으로 명종이'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는 어필(御筆) 현판과 서적을 하사하고 노비를 부여해 사액서원의 효시가 됐다.
그렇다고 영주가 유교 문화만 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불교를 아우르는 문화재도 곳곳에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영주 여행에서 빼 넣을 수 없는 것이 봉황산에 위치한 부석사인데, 신라시대에 창건됐다는 사찰이다.
경내에는 무량수전, 삼층석탑,석등 등이 있고, 특히 무량수전(국보 제 18호)은 1376년에 중수된 목조 건축물로 배흘림기둥이 유명한 데 고려시대의 법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외나무다리가 유명한 무섬마을 역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특산물도 많은데 6년근 인삼과 홍삼 셋트는 부모님이나 어르신들 건강지킴이로 첫손에 꼽히고, 영주 사과와 다양한 영주 한우 요리는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준다. '냉장고 섬유'로 불리는 '풍기 인견'은 여름철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준다.
◆ 소확행 감성 여행지 '영주호'
이날 영주 팸투어에는'영주 관광택시'를 이용했다 .
영주역에서 팸투어단을 태운 관광택시가 속도를 내 도착한 곳은 영주호(댐). 이곳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영주호 물길을 따라 걸으며 느림의 미학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영주호 용마루공원 주차장에서 보면 용뿔과 반달 모양의 '아치형 용천루 출렁다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용천루 출렁다리는 용미교와 용두교로 구성돼 있는데, 첫 번째 건너는 아치형 용미교는 길이가 약 75m로 다소 짧다. 하지만 다리 중간마다 바닥을 유리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어, 다리 아래가 훤히 보이는데, 아찔함을 더해준다.
두 번째로 건너는 용두교는 길이가 150m에 달하는 현수교로 많은 사람이 함께 걸으면 제법 출렁거린다. 용두교를 건너면 전방에 바로 나무계단이 보이는데, 그곳을 오르면 키 큰 전망 정자가 보인다. 정자에 오르면 나무 사이로 윤슬이 아름다운 영주호를 굽어볼 수 있다. 정자를 내려오면 소나무 숲 사이로 푹신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요즘처럼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에 펼쳐진 풍경 하나가 '낙엽'길인데, 산 속에서 걷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사실 도심 낙엽은 쌓이면 지저분해 쓰레기 취급을 당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대우가 다르다.
낙엽을 떨군 나무들은 이제 앙상한 가지만 남아 을씨년스럽지만, 바닥에 떨어져 융단처럼 깔린 낙엽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영주호 산책로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아이들이나 고령자도 걷기에 큰 무리가 없다.
산책로를 휘돌아가면 댐으로 수몰된 옛 기차역을 복원한 평은역사가 나온다. 평은역은 중앙선과 72년을 함께한 역사(驛舍)인데 1941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해, 2007년부터는 시멘트 등 화물을 실어 나르다가 2013년 영주호 건설로 물속에 잠겼다.
영주호 주변에는 자연 정취를 벗 삼아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 과거로 떠나는 선비세상 여행
전통문화 테마촌 '선비세상'은 세월을 한참 거슬러 옛 조선시대로 방문객을 유도한다. 순흥면 청구리 선비촌 인근 부지 96만970㎡에 터를 잡은 조선시대의 한 부락(部落)으로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을 통해 느껴볼 수 있는 장소다.
'선비세상'이란 이름은 '선비 정신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란 의미'로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 선생이 지어주었다고 한다.
선비세상에서는 선비의 삶과 정신,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첨단기술이 융합된 콘텐츠를 다채롭게 체험할 수 있는데, 그 안으로 들어가면 시대적 배경은 조선시대로 탈바꿈한다.
관광객들은 그 분위기에 몰입돼 한옥과 한복, 한식, 한지, 한글, 한음악 등 6개 테마촌을 이동하면서 선비처럼 보고, 입고, 먹고, 배우고, 즐기며 선비의 정신과 삶을 폭넓게 체험해 볼 수 있다.
운치 있는 한옥에서 선비들이 즐겨 마시던 차 문화와 예절을 체험하고, 선비들의 영원 벗 '문방사우' 중 하나인 한지를 전통 제조방식으로 직접 만들어 가져가는 '한지 뜨기 체험'은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한식촌'에선 대청마루에 앉아 소반 모니터를 통해 선비들이 주로 먹던 음식을 간점 체험할 수 있고, 지금은 구경할 수 없는 전통 회갑상 포토존과 돌상 포토존은 옛 향수를 자극하며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준다.
◆ 휠링과 요양, 치유의 메카 국립산림치유원
현대인들은 바쁜 삶 속에 각종 스트레스로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잃어 가고 있다. 그렇다보니 자연과 건강은 늘 많은 이들의 관심사다.
그런 연유로 영주시 봉현면 소백산 자락에 위치해 있는 국립산림치유원을 찾는 사람들이 갈 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산림치유원은 숲과 함께 국민행복을 키우는 산림복지전문기관으로, 방문객들은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에서 깨끗한 공기와 음이온을 마시며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리플레시(Refresh) 하는 치유의 시간을 가진다.
산림치유원에는 소백산 자락과 소백산의 작은 봉우리인 옥녀봉까지 47km에 달하는 치유의 숲길이 조성돼 있는데, 폭이 넓고 경사가 완만해 휠체어를 타고도 갈 수 있다고 한다.
수(水) 치유센터에는 피로 회복, 스트레스 해소 및 건강증진을 위한 스파와 열치유실과 수압마사지기 등 고가의 치유 장비를 갖추고 있고, 입소자들을 위한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상시 가능한 체험으로 '숲트레킹과 숲해먹 명상'을 할 수 있고, 잣나무숲에 직접 해먹을 설치해 피톤치드도 양껏 쬘 수 있다.
단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수련센터, 장기간 숙박하면서 산림치유와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건강증진센터, 숲속을 걸으며 심신안정 효과를 누리는 산림치유문화센터, 그리고 편백나무의 향이 솔솔 풍기는 빌라형 숙박 시설과 5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대형식당 시설은 대한민국 최대의 휠링 타운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즉, 현대인들의 건강한 몸과 행복한 마음을 위해 꼭 필요한 힐링 장소인 셈이다.
산림치유원에서는 기본적인 건강 상태 측정과 전문가 상담 후 다양한 산림치유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즉, 산림치유원은 자연경관, 햇빗, 소리 피톤치드, 깨끗한 공기, 음이온 등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산림치유인자를 활용해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곳이다.
◆ 막걸리에 문화를 입힌다! 만수주조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게 먹거리다. 여행 재미를 배가시키는 마력이 바로 먹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먹는 게 '밥'이 아닌 '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술은 여행을 더욱 운치 있고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
영주에도 그런 곳이 있다. 만수주조가 그곳으로 2대째 운영 중인 문화양조장이다. 요즘 이곳은 창업자 아버지에 이어 딸 이보영 대표가 풍기홍삼막걸리에 K-문화(文化)를 입혀 새로운 술도가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만수주조는 단순한 막걸리 양조장이 아니다. 현장에서 막걸리를 마실 때 안주로 항아리 삼겹살을 맛볼 수 있는데, 항아리 속에서 장시간 숯불로 훈연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과 육즙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돼지고기 잡내가 나지 않아 좋다.
고객이 직접 막걸리도 빚어볼 수 있는데, 발효체험학교인 '띄움'을 창업(2014년 창업)해 운영 중이다. 띄움에서는 전통 발효주의 고유성을 이용해 관광객은 물론 기업체, 학교 등을 대상으로 풍기홍삼 막걸리와 이화주 빚기 체험, 누룩쿠키 만들기, 막걸리 시음체험 등을 예약제로 진행하고 있다.
양조장 정원에선 매달 막걸리 토크 콘서트도 열린다. 막걸리와 음악, 그리고 양조장 정원의 바람이 만들어내는 '전통주 문화공연'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酒)디스트'(술+아티스트)란 기업도 창업해 운영 중인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의해 관광두레 사업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관광두레는 지역 주민공동체의 참여를 통한 지역자원 연계 관광사업체 육성 사업으로, 한국관광공사는 관광두레가 지역관광의 대표사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인·홍삼 메카 '풍기인삼홍삼센터'
풍기역에 인근에 있는 '풍기인삼홍삼센터'는 1500년 역사의 풍기인삼과 풍기홍삼은 물론 엑기스나 홍삼절편, 홍삼정 등 다양한 인삼가공품까지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인삼홍삼쇼핑센터이다.
센터에서는 홍삼은 물론 인삼을 정찰제로 판매하고 있으며, 구입한 인삼은 자동세척까지 해준다. 세척비용은 여섯 채(한 채750g)까지는 3000원, 그 이상은 한 채당 500원 이 추가된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잇는데 6년근 인삼을 이용한 인삼주 담그기와 홍삼 방향제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다.
인삼주 담그기 체험은 7,000원을 내면 2,000원짜리 쿠폰을 거슬러 주기기 때문에 실제 비용은 5,000원인 셈이다.
◆ 영주여행 '관광택시' 이용하면 편해요!
영주 관광택시는 영주시 개별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총 15대가 운영 중인데, 여행자는 4시간 코스(8만 원)와 6시간 코스(12만 원)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대당 탑승인원은 최대 4인이며, 요금의 50%를 영주시에서 지원한다. 다만 추가 1시간당 2만 원이 증액되는데, 전액 자부담이다.
내년부터는 8시간 코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 대상은 영주시가 주소지가 아닌 관광객으로, 여행 5일 전까지 (주)로이쿠 앱이나 영주 관광택시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또한 내년부터는 현재 서울 성량리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KTX 이음 열차를 서울역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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