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굴에 80종류 잔술까지…8전9기 와인잘알이 만든 ‘혜자공간’ [푸디人]
짭짤한 바다 내음이 코를 자극하고 매끈한 윤기는 식욕을 돋운다. 입속에 넣으면 미끄러우면서도 탱글탱글한 식감과 버터처럼 가볍게 넘어가는 목 넘김이 기분을 좋게 한다.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게 하는 바다의 보물, 바로 굴이다.
다만 굴을 먹기 까지는 귀찮은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굴 껍데기를 그 자리에서 손질해 제철이 주는 신선함을 느끼고 싶지만 까는 것도 귀찮고, 먹고 난 뒤 나온 껍데기는 처치 곤란이다. 식당에서 굴은 보조 메뉴로 취급받고, 보쌈이나 회 같은 주요리를 먹어야 해 굴의 매력을 느끼려다가 배만 부르고 지갑은 홀쭉해진다.
적당한 가격에 딱 입맛을 돋울 수 있는 양만 먹을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술을 곁들일 수 있는 곳이 없을까…
탭샵바에 들어가면 술보다 눈길을 먼저 사로잡는 것은 ‘오이스터 바(Oyster Bar)’이다. 통영 양식장에서 매일 싱싱한 굴이 직배송되는터라, 매장 운영 시작 시간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아침부터이지만 굴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은 오후가 되어서야 가능하다. 또한 양식장이 일요일에는 쉬기 때문에 월요일에는 굴 수급이 안돼 판매하지 않는다.
여기서 나오는 굴은 한 눈에 봐도 일반 굴보다 크기가 크고 윤기가 흐르는데 바로 ‘삼배체 굴’이다.
삼배체 굴은 일반 자연종이 아닌 품종 개량으로 인해 탄생한 굴이다. 굴은 산란기인 5월에서 8월에 베네루핀이라고 하는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독소가 생기는데, 이런 번식능력을 없애 산란자체를 막아 독소를 제거한 품종이다. 번식을 안 하다 보니 자연스레(?) 크기가 자연산 굴보다 2~3배 가량 크고 영양분도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굴이 매장에 오면 먼저 소금으로 굴 껍데기를 씻는다. 그리고 고객의 주문과 동시에 굴 껍데기 분해작업을 거쳐 생(프레시 오이스터)으로 먹거나 오븐(그릴드 오이스터)에 구워준다.
프레시 오이스터는 레몬즙과 타바스코를 곁들여 주고, 그릴드 오이스터는 굴 위에 허브버터와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얹어 굽는다. 그라나 파다노 치즈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수도사에 의해 탄생한 치즈로 감칠맛이 좋은 치즈이다.
모두 3미씩 나오는데 프레시 오이스터는 1만2900원, 그릴드 오이스터는 1만3900원이다.
말하면 입이 아프지만 굴이 ‘Man(!)’에게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굴은 다른 조개류에 비해 아연, 철분, 칼슘 등과 같은 무기질이 풍부하고 비타민 B1, B2, 나이아신 등 성장에 필요한 비타민까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아연은 남성 호르몬의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 영양소로 셀레늄과 함께 정력에 좋은 미네랄로 통한다. 또한 타우린은 피로회복은 물론,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남성이 최고의 순간을 즐기기 위해 혈액순환이 중요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성분은 피부를 탄력 있고 깨끗하게 해주기 때문에 이성을 유혹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탭 기계 앞에 서면 상단에 위치한 화면에 술 이름과 특징, 가격이 표시된다. 테이스팅은 30㎖, 와인한잔은 80㎖이다. 술의 종류마다 가격도 천지 차이인데, 테이스팅과 와인한잔 가격은 최소 2000원대에서 비싸면 2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다양한 술을 즐겨보고 싶다거나 입문자라면 일반 바를 가는 것보다 탭샵바를 이용하는 게 가격적으로 합리적이다. 다만 와인의 경우 보통 한잔이 약 120~150㎖이기 때문에 평소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잔의 양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탭에서 제공하는 술의 종류가 매번 바뀌어 그 날 마실 수 있는 술의 종류는 운에 맡겨야 한다.
탭샵바는 와인이 주 종목이지만 오히려 위스키에 손이 가는 것은 의외였다.
기자가 갔을 때는 위스키 존에 미국 버번 3대장 중 와일드터키 81 프루프, 메이커스 마크가 있었다. 와일드터키 81 프루프의 테이스팅(30㎖) 가격은 3300원, 한잔(80㎖)은 8800원이다. 1병(750㎖)이 약 6만원 이내인 편의점 가격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바에서 먹는 것보다는 거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저렴하게 마실 수 있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발렌타인 17년, 조니워커 블랙, 잭다니엘도 있었다. 싱글 몰트로는 글렌모렌지 10년, 글렌피딕 12년,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을 맛을 볼 수 있었다.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은 테이스팅 8700원, 한잔은 2만3200원이었다.
나 대표는 2005년 영국에 와인 공부하러 유학을 떠나 왕립 농업 대학(Royal Agricultural University)에서 와인 MBA 과정을 마쳤다. 당시 졸업 논문 주제가 ‘한국시장 와인 대중화’였는데 이게 그녀의 삶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이후 국내 와인 수입업체에서 일하며 와인 유통 전문가로 입지를 쌓아갔지만 자신만의 사업에 대한 열망은 더욱 뜨거워져 갔다.
나 대표는 와인과 한식의 페어링을 믿고 2013년 10월 홍대에 자신의 가게, ‘와인주막차차’를 열게 된다. 와인이 지닌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막’과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라는 뜻의 우리말인 ‘차차’를 합쳐서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한잔차차’, ‘차차등심’, ‘스테이크 슈퍼’, ‘선어도’, ‘와인도깨비’, ‘부라타랩’ 등 F&B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잇달아 야심차게 선보였다. 그녀가 낸 브랜드만 탭샵바를 포함해 9개에 이른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그녀에게 꽃길만 허락되지 않았다. 전대미문의 사건인 코로나19와 경영미숙 등의 이유로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 한 때 가맹점이 수십여 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와인주막차차 5개, 와인도깨비 1개, 부라타랩 1개 매장만을 운영 중이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한국에 와인을 편히 즐기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꿈은 꺾이지 않았다. 그녀의 9번째 F&B 브랜드 탭샵바는 지난한 세월과 끝없는 노력이 고스란히 녹여진 공간이다.
“한잔차차를 만들 때부터 가볍게 와인 한잔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싶었어요. 이를 기계화시킨 게 탭샵바입니다. 저의 지난 20년 경험이 다 녹아 들어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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