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가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 본격적으로 반등하면서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도 모처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른 원화 강세로 국내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 해외 반도체 ETF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Fn반도체TOP10 ETF는 최근 한 달(10월 17일~11월 17일)간 수익률 6.79%를 올렸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SK하이닉스·삼성전자를 50% 가까이 담고 있는 상품이다. 이 기간 코스피는 1.38% 올랐다.

삼성전자가 이 기간 7.73% 상승한 점이 주효했다. 증권가는 내년부터 D램을 중심으로 메모리 업황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스트럭처로 꼽히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 삼성전자가 본격 진입하며 실적 반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는 HBM 예약 주문이 이미 완료돼 점유율 회복이 전망되고 AI 서버 응용처 확대에 최적화된 CXL·PIM 반도체 생산이 시작되는 가운데 온디바이스 AI에 특화한 LLW D램 양산도 예상된다"고 짚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ETF 수익률도 우수했다. SOL 반도체소부장Fn ETF 수익률은 최근 한 달간 7.02%로 주요 반도체 ETF 가운데 가장 높았다. 비중이 높은 한미반도체가 7.53% 올랐고 HPSP, 리노공업도 각각 8.65%, 10.84% 뛰면서다.

상대적으로 해외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ETF 수익률은 국내 반도체 ETF에 비해 낮았다. KODEX 미국반도체MV·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는 지난 한 달간 각각 3.04%, 1.96%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반도체 기업이 부진했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이 기간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6.33% 올랐다. 지수 구성 종목인 인텔은 20%, AMD도 13%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환차손이 ETF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KODEX 미국반도체MV·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는 모두 환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이다. 지난달 16일 달러당 원화값이 1353.70원에 달했지만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발표가 나오자 이달 17일엔 1296.90원까지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이상 금리를 올리지 않으리란 기대감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다. 원화로 환산한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의 한 달 상승폭은 2.99%에 그쳤다.

올해 하반기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선보인 일본 반도체 ETF 수익률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달 17일 상장한 ACE 일본반도체 ETF는 현재까지 손실 0.45%를 봤다.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TIGER 일본반도체FACTSET ETF가 같은 기간 각각 6.99%, 5.19% 상승한 점과 대비된다.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 ETF는 도쿄일렉트론, 신에쓰화학, 호야 등 상위 3개 종목 비중이 절반을 웃도는 반면, ACE 일본반도체 ETF는 일본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상위 25개 종목에 각각 3~5% 안팎으로 분산투자한다.

중국 반도체 ETF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ETF는 최근 한 달간 0.44% 오르는 데 그쳤다. 중국 최대 팹리스 웨이얼반도체, 메모리반도체 제조업체 조역창신,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우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