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박생광·민경갑 ‘거장의 숨결’ 청주서 만난다

한국여성 최초의 추상화가인 ‘이성자’ , 채색화의 대가이자 보리밭 화가인 ‘이숙자’, 독창적인 한국화 양식을 개척한 ‘민경갑’ 등 한국미술계에 한 획을 그은 거장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갤러리청주(GCJ)가 개관 10주년을 맞아 오는 20일 특별전 ‘신화-그림이 되다’를 개막합니다. 2013년 오픈한 갤러리청주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중부권 미술시장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 현대미술을 주도해온 원로작가와 중견작가 그리고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전, 초대전, 특별전 및 신진작가 발굴 등을 활발히 개최하고 있습니다. 창립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 현대미술을 화려하게 꽃피운 거장들의 보석같은 작품이 걸리는 뜻깊은 이벤트입니다. 이성자와 박생광을 비롯해 민경갑, 권옥연, 박 돈, 박노수, 송수남, 이대원, 이한우, 장두건, 이숙자 등 대가들은 한국화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습니다. 이와 함께 가국현, 공영석, 곽덕준, 김지현, 김영철, 김춘옥, 박영대, 박철교, 성민우, 이병석, 양태석, 장이규, 정철 등 국내외에서 종횡으로 활동하는 중견작가들의 작품도 30여점이 전시됩니다. 특히 주목되는 작가는 이성자와 박생광, 이숙자입니다. 프랑스에서 활동한 제 1세대 여성화가 ‘이성자’ 운율감을 이루는 선(線)의 반복에 여러 겹 쌓아 올린 색 배합으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작년 12월 이성자의 ‘갑작스러운 규칙’은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9억 원에 낙찰될 만큼 국제적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박생광은 민화, 불화, 무속 등에서 발견한 오방색의 강렬한 색채와 에너지 그리고 고난의 시간을 견뎌온 한국인들 가슴 속 간절한 열망을 마치 신들린 이의 한풀이처럼 그림에 풀어 놓았습니다. 한국 최고의 보리밭 작가 이숙자의 <청맥>과 <황맥>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푸른빛과 노란빛으로 두툼하게 한 알 한 알 쌓아 올린 보리 낱알과 한 획 한 획 그려진 수염들을 바라보면 가슴 먹먹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이숙자 作, 청맥. 갤러리청주 제공

이와 함께 유산 민경갑의 대작도 걸립니다. 그는 종이, 물감, 붓 등 동양화의 재료를 올곧게 활용하고 한국전통수묵화의 방법론을 완전히 흡수해 맑고 깊이있는 청량함을 담은 색채로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제시했습니다. 이밖에 전후(戰後) 한국 서양화단을 이끈 권옥연과 간결하고 격조높은 문인화를 추구한 박노수, BTS의 RM을 매혹시킨 이대원 등의 작품도 선보입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2024년 1월 19일까지 2개월간(일요일은 휴관)열리며 관람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