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규제 개혁, 이번엔 도돌이표 안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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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새 일상생활 속에 이른바 '규며들어'(규제+스며들다) 있다.
규제 개혁이 성공하려면 규제가 양산되는 메커니즘을 깨야 한다.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에 올인했지만 실패를 반복한 것은 이 같은 카르텔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규제 개혁을 대기업 특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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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향 이천막걸리도 안돼
DJ이후 규제개혁 실패연속
당장 킬러규제 공론화하자
대기업 특혜라는 오해깨고
국민편익 공감대 형성부터
규제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새 일상생활 속에 이른바 '규며들어'(규제+스며들다) 있다. 500만 반려동물 시대지만 애견카페에서 반려견을 옆에 두고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은 불법이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카페나 음식점에서는 동물을 별도 공간에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막걸리 같은 전통주를 만들 때 타 지역 원료를 사용하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천 쌀을 주원료로 하면서 제주도 감귤을 첨가한 막걸리를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유아용 내복을 만들 때는 같은 공정이라도 색깔이 다르면 색깔별로 인증을 따로따로 받아야 한다. 어린이가 사용하는 제품이니 더욱 엄격해야 한다는 것은 십분 이해되지만, 같은 제품에 색깔만 다른데 인증을 다시 받으라니. 빨간 내복 공장, 파란 내복 공장을 따로 둬야 할 판이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직후인 1998년 규제개혁위원회를 만들었다. 김 대통령은 모든 부처에 "규제의 50%를 없애라"고 지시했는데 효과는 대단했다. 재임 기간 동안 1만건이 넘던 규제를 7000여 건으로 확 줄였다. 김 대통령은 '규제 길로틴'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불투명한 규제를 개선하라'는 압박이 있었음을 감안해도 이 같은 성과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후 정권들은 진보든 보수든 규제 개혁에 있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무현 '규제 덩어리', 이명박 '규제 전봇대', 박근혜 '손톱 밑 가시', 문재인 '붉은 깃발'을 각각 내걸고 정책 1순위로 규제 개혁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했다.
실패 정도가 아니라 규제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규제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난다. 좀비 같다.
25년이 흐른 2023년에도 규제 개혁은 정부의 1순위 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출범 8개월 만에 688건의 규제 개선을 완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투자 창출 14조원, 매출 증대 3조원, 국민·기업 부담 경감 17조원 등 향후 5년 내 34조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보랏빛 전망도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 규제 혁신을 체감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들을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출범 초 '모래주머니'를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는 최근 '킬러 규제'로 캐치프레이즈를 바꿨다. 이제 규제 개혁 2라운드에 본격 돌입했다.
규제 개혁이 성공하려면 규제가 양산되는 메커니즘을 깨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은 규제는 정치권, 관료, 이익집단의 '철의 삼각형'에 의해 견고해진다고 봤다. 이익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관료와 정치권에 입맛에 맞는 규제를 만들어달라고 청탁하고, 관료는 퇴직 후 자리 등을 보장받으면서 규제를 설계한다. 정치권은 입법화 대가로 정치자금이나 예산 등을 챙기며 규제를 만든다.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에 올인했지만 실패를 반복한 것은 이 같은 카르텔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킬러 규제 100건을 발굴해 책자로 냈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는 킬러 규제 혁신 건의서에서 97개 입법과제를 제시했다. 이들 197개 규제를 대상으로 공론화에 나서보면 어떨까. 공무원(관료)이 이들 규제에 대해 존재의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당 규제는 즉각 국회(정치권)의 입법 과정을 거쳐 폐지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이 규제 개혁을 대기업 특혜라고 생각한다. 이런 오해도 깨야 한다. 규제 개혁은 대기업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 모두의 편익을 올릴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위의 '규며든' 사례에서 보듯이 규제는 우리 생활을 여러모로 불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재만 벤처중소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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