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메신저 메디TALK] 눈길에 '삐끗'… 방치하면 관절염 위험

드디어 첫눈 소식이 들려왔다. 첫눈은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지만 '위험한 계절'이 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겨울에는 빙판길에 낙상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발목이 꺾이거나 삐끗하는 사고도 빈발한다.

발목은 체중의 98%를 견디는 다리의 일부분이자 척추와 연결돼 우리 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구조물 중 하나다.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인 관절염은 주로 무릎이나 어깨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발목 역시 연골과 관절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다행히 발목은 뼈가 내측뿐만 아니라 외측에서도 지탱해주고 있어 무릎 관절보다는 염증 발생 빈도가 낮은 편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 때문에 발목 관절염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통증이 견딜 만하다 보니 악화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그렇다면 '침묵의 관절'로도 불리는 발목 관절염은 과연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해야 할까.

발목 관절염의 70% 정도는 과거에 발목 골절이 있었거나 발목을 자주 접질리는 발목 염좌가 반복됐을 때 일어난다. 염좌나 골절 같은 외상이 주원인이기 때문에 발목을 접질린 후 며칠이 지나도 계속 부어 있거나 통증이 계속된다면, 특히 걸을 때 발목이 불안정하다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흔히 '삐었다'고 하는 발목 염좌가 발생하면 인대가 찢어지거나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관절 유지 등의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심하면 뼈가 탈골되거나 관절이 정상 범위 밖으로 벗어나기도 한다.

또 손상된 인대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본래 강도로 회복하지 못해 쉽게 발목을 접질리는 발목 불안정증으로 발전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발목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연골 손상이 바로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발목 관절염이 생겼을 때 초반에는 약물, 물리치료, 주사 등 다양한 보존적 치료로 염증을 잡아야 한다. 충분한 보존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중기 혹은 말기 관절염으로 악화된 때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발목 관절의 연골이 다 닳아 거의 없는 말기 관절염은 관절 기능을 인공 관절로 대체해주는 인공 관절 치환술이나 발목을 고정해주는 발목 유합술 등을 고민해야 한다.

발목이 붓고 저리거나 통증이 느껴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을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또 찜질이나 소염제 등 자기치료, 대체의학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다. 발목 관절염은 한 번 발생하면 원래 발목 상태로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정상에 가까워질 만큼 회복될 수 있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발목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염좌가 발생하지 않도록 운동으로 발목 불안정성을 개선하고, 주변 근력을 강화해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 가장 좋다.

평소 계단을 오르거나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도록 올렸다 내리기, 발의 오목한 부분에 밴드를 걸어 당겨주는 운동 등은 발목 근력을 강화해준다. 또 발목이 좌우로 틀어지지 않도록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은 발목 보호에 도움이 된다. 특히 너무 높은 하이힐이나 키 높이 신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외부 활동 시 발목을 보호할 수 있는 신발이나 발목 테이핑 등도 도움이 된다. 수영, 자전거 타기 등 발목 주변의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습관화하는 것도 좋다.

발목을 접질렸다면 방치하지 말고 초기에 최대한 빨리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은 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학준 교수(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