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자 재판 지연 전략 막겠다” 與 구속회피 방지법 발의
이른바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국가보안법 사건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 신청, 재판 관할 이전 신청 등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해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는 일이 반복되자 국민의힘이 이를 막기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에 나섰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의원은 “간첩사건 혐의자들이 시간끌기 등의 꼼수로 구속재판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9일 밝혔다.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 등 동참한 이번 개정안은 형사소송규칙상 소송절차 정지 사유를 형사소송법에 직접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간첩사건 피고인 측이 관할 법원 이전 신청 등의 방법으로 시간을 끌어 구속재판을 회피할 수 없도록 한 조치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한 피고인 측의 즉시항고, 재항고 절차 등을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것도 개정안에 담았다.
현행 형사소송법 92조는 피고인의 심급별 구속 기간을 최대 6개월로 하되 법관 기피 신청, 공소장 변경, 피고인의 질병 등 사유로 공판 절차가 정지된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형 간첩사건 혐의자들은 이 헛점을 파고들었다.
2021년 9월 기소된 ‘충북동지회’ 사건의 경우 공범으로 기소된 4명이 갖은 악성·신종 수법의 재판부 기피신청을 동원해 1심만 26개월째 열렸다. 피고인들이 재판부 기피신청만 4차례 냈다. 기피신청 시 ‘재판 지연 목적이 명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송이 중지되는 점을 악용한 행태다.
가령 피고인들은 작년 1월 첫 기피신청을 내서 3심까지 가서 기각됐고, 다시 법원 인사에 따른 재판부 교체를 이유로 재차 기피신청을 내서 역시 3심까지 가서 기각됐다. 그 후 배석판사를 상대로 세 번째 신청이 이어졌고, 지난달에는 세 차례 시도에 참여하지 않은 남은 한 명이 기피신청하는 ‘쪼개기 수법’까지 동원했다. 이런 시간끌기 와중에 4명 중 3명이 구속 기한(6개월)이 만료돼 풀려났다.
지난 3월 기소된 창원간첩단 사건도 마찬가지다. 피고인들이 재판부 기피신청 외에 법원 관할 이전, 위헌법률심판 제청, 재판장 고발 등의 지연 전략을 총동원해 재판이 7개월째 중단돼있다. 민주노총 간첩단사건 피고인들은 지난달 모두 보석 등으로 풀려났다.
유 의원은 “국가 안보사범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아서 구속재판의 필요성이 크다”며 “조속하게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법정의가 신속하고 엄정하게 실현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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