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망 구축·광주콘서트·한동훈 겨냥…‘이준석 신당’ 밑작업 박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신당 창당의 밑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19일 광주를 방문해 과거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에 각을 세우지 못했다며 “광주도 완전히 계열이 다른 신당을 맞아들일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창당 시 발 빠르게 당원을 확보하도록 지지자 연락망 구축에 나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로 저비용·고효율 선거전을 펼친다는 구상도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등판을 독려하며 ‘이준석 대 한동훈’ 대립 구도 형성도 시도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2016년 총선 때 호남에서 대거 당선됐던 국민의당을 두고 “조금 세력이 약해지니 어떻게 더불어민주당과 합칠까 고민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에 각을 세울 수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당과 다를 테니 자신이 만들 신당을 지지해달라는 뜻으로 읽혔다.
이 전 대표는 광주의 도시철도와 복합쇼핑몰 부족을 지적하며 “만약에 신당이 되면 이런 거 빨리 해결 못하는 민주당 정치인들한테 굉장히 강한 자극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등산 정상까지의 셔틀버스 운행이 환경단체 반발에 직면한 문제와 코레일 독점을 깨고 저가 고속철을 도입하는 아이디어를 얘기하며 “이런 게 정치 논제가 돼야 하는데, 광주 민주당 정치인들은 반정부 구호만 하면 대단한 것처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젊은 세대의 합리적인 의문들이 많아질 때 광주가 변하고 대한민국이 변할 것”이라고 젊은층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훌륭한 정치인도 90년대에 신당을 해서 80석을 얻었는데, 신당으로 120석을 얻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도 “제가 신당을 해서 광주에서 10%, 15%의 지지율만 받아도 굉장히 뜻깊은 결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토크콘서트는 지난 4일 부산에 이어 두번째다. 연말까지 대구, 대전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대중들과 직접적인 접촉면을 넓히면서 지역별 지지세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신당을 한다면 영남 정당이나 비례대표 정당이 아니라 전국적 지지를 노리는 수권정당을 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SNS에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들과 더 긴밀하고 신속하게 교류하려 한다”며 연락망 구성을 공지했다. 그는 “조직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누군가에게 큰 빚을 지는 정치”를 “수십 년간의 잘못된 관행”으로 비판하며 “3000만원으로 전당대회를 치러낸 것처럼 경쾌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한다. SNS와 유튜브 방송만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정치를 추구한다”고 했다. 그가 공지한 연락망에는 만 하루만인 이날 오후까지 3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 전 대표는 이러한 세 결집을 통해 제3지대에서 금태섭 전 의원 등과 신당을 추진하면서 주도권을 쥐고, 신당 창당을 결심했을 때 빠르게 당원을 확보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당을 하려면 총 5개 시·도에서 각각 1000명씩 총 5000명의 당원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비용을 쓰지 않는 선거운동으로 젊은층에 호소하고, 돈이 없어 창당이 힘들 것이란 당내 일각의 공세에 반박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그는 2021년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뽑힐 때 캠프 사무실과 문자메시지 대량 발송, 지원차량 없는 3무(無) 선거운동으로 성공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콘서트에서도 “트럼프는 트위터 하나로 정치를 해냈다. 그런 세상”이라고 했다.
그는 SNS에 “온라인에서 관광버스 920대 모여봅시다”라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최근 ‘4200명이 버스 92대를 타고 모였다’고 세를 과시한 것에 대응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모습도 보인다. 지난 17일 MBC에 출연해 “한 장관은 긁지 않은 복권이다. 기대감을 갖고 지켜본다”면서 “저와 재밌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곧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올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그는 이날 콘서트에서도 “윤 대통령은 3년 뒤에 정치를 그만하실 분이기에 경쟁 상대로 삼지 않는다”며 “언젠가 한 장관과 경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고 말했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대리인이자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인 한 장관과 자신의 대립 구도를 선명하게 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의 중심 인물이 돼 친윤석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그 반작용으로 ‘이준석 신당’에 힘이 실리는 측면도 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실 “김 여사, 다음 순방 동행 않기로”…이후 동행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
- 명태균 “청와대 가면 뒈진다고 했다”…김건희에게 대통령실 이전 조언 정황
- 김예지, 활동 중단 원인은 쏟아진 ‘악플’ 때문이었다
- 유승민 “역시 ‘상남자’···사과·쇄신 기대했는데 ‘자기 여자’ 비호 바빴다”
- [제주 어선침몰]생존자 “그물 들어올리다 배가 순식간에 넘어갔다”
- [트럼프 2기] 한국의 ‘4B’ 운동이 뭐기에···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관심 급증
- ‘프로포폴 불법 투여’ 강남 병원장 검찰 송치···아내도 ‘중독 사망’
- 서울대 외벽 탄 ‘장발장’···그는 12년간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다
- 주말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교통정보 미리 확인하세요”
- 조훈현·이창호도 나섰지만···‘세계 유일’ 바둑학과 폐지 수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