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흐르는 물감의 중력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수천만 년 흙이 퇴적돼 만들어진 화석층 같다.
캔버스 위에 난데없이 무지개떡처럼 고운 빛깔의 물감이 층층이 쌓였다.
맞춤형 틀을 제작해 물감을 붓는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의 반복을 통해 물감층이 응집되면 가느다란 조각으로 잘라내 평면의 나무 패널에 세로로 부착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화와 조각의 시적인 결합 시도
수천만 년 흙이 퇴적돼 만들어진 화석층 같다. 캔버스 위에 난데없이 무지개떡처럼 고운 빛깔의 물감이 층층이 쌓였다. 베네수엘라계 미국 작가 로리엘 벨트란(38)은 물감을 조각적으로 축적해 회화와 조각의 개념을 시적으로 결합한 작업을 한다. 그는 "이미지가 아닌 복잡체로서 색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리만머핀 서울에서 벨트란의 개인전 '완전한 붕괴 그 이면에 남는 것'이 열린다. 12월 23일까지 신작 평면작업 7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회화의 입체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보기엔 단순한 색면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노동집약적 작업 과정이 경이롭다. 맞춤형 틀을 제작해 물감을 붓는다. 시간이 지나 물감이 완전히 굳으면 다른 색을 한 겹씩 더 쌓아올린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의 반복을 통해 물감층이 응집되면 가느다란 조각으로 잘라내 평면의 나무 패널에 세로로 부착한다. 보이는 건 회화 같지만 과정은 조각에 가깝다.
개막일인 지난 9일 방한한 작가는 "깨뜨린 조각들을 붙여서 구현하고 싶은 건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이었다. 내 관심사는 물질성과 광학성이다. 빛과 물질이란 상반된 개념을 한 작품에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간과 균열을 재료로 쓴 지질학적 미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물감이 적층되면서 배색과 형태에서 모두 그러데이션이 생긴다. 물감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가운데부터 부착을 해나가도 하단에서는 '오류'처럼 휘어버린다. 작가는 "작품에 말 그대로 중력이 작용한다. 캔버스 말고 나무패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무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노소영 재산분할에 세간 관심 집중…미국에선 100조 받았다는데 [법조인싸] - 매일경제
- 車사고 낸후, 가해자 부탁받고 피해자 설득해 합의 봐줬더니…날강도로 돌변한 가해자 [어쩌다
- 한동훈이라는 전에 없었던 정치엘리트 유형 [노원명 에세이] - 매일경제
- 1094회 로또 1등 각 21억원씩…‘6 7 15 22 26 40…41’ - 매일경제
- [속보]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중지·인질 수십명 석방 잠정 합의”<로이터> - 매일경제
- “일본 여행 가세요?”…‘이 젤리’ 절대 먹지 마세요 - 매일경제
- “내가 주문한 피자도 이래서 작았나”…화들짝 놀란 피자 빼먹기 - 매일경제
- “주 60시간 근로 누가 찬성?”…직장인 10명중 8명이 원한 시간은 - 매일경제
- “강남 대체 도시 명목이라더니”…서울 편입 외치는 또 다른 이곳 - 매일경제
- [단독] 디펜딩 챔피언 왕조 구축 첫걸음…LG, 플럿코 대체자로 좌완 디트리히 엔스 영입 유력 - M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