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흐르는 물감의 중력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11. 19.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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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년 흙이 퇴적돼 만들어진 화석층 같다.

캔버스 위에 난데없이 무지개떡처럼 고운 빛깔의 물감이 층층이 쌓였다.

맞춤형 틀을 제작해 물감을 붓는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의 반복을 통해 물감층이 응집되면 가느다란 조각으로 잘라내 평면의 나무 패널에 세로로 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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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머핀 로리엘 벨트란 개인전
회화와 조각의 시적인 결합 시도
'아닐린 빛(Aniline light)' 리만머핀

수천만 년 흙이 퇴적돼 만들어진 화석층 같다. 캔버스 위에 난데없이 무지개떡처럼 고운 빛깔의 물감이 층층이 쌓였다. 베네수엘라계 미국 작가 로리엘 벨트란(38)은 물감을 조각적으로 축적해 회화와 조각의 개념을 시적으로 결합한 작업을 한다. 그는 "이미지가 아닌 복잡체로서 색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리만머핀 서울에서 벨트란의 개인전 '완전한 붕괴 그 이면에 남는 것'이 열린다. 12월 23일까지 신작 평면작업 7점을 선보이는 전시는 회화의 입체성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보기엔 단순한 색면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노동집약적 작업 과정이 경이롭다. 맞춤형 틀을 제작해 물감을 붓는다. 시간이 지나 물감이 완전히 굳으면 다른 색을 한 겹씩 더 쌓아올린다.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의 반복을 통해 물감층이 응집되면 가느다란 조각으로 잘라내 평면의 나무 패널에 세로로 부착한다. 보이는 건 회화 같지만 과정은 조각에 가깝다.

개막일인 지난 9일 방한한 작가는 "깨뜨린 조각들을 붙여서 구현하고 싶은 건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이었다. 내 관심사는 물질성과 광학성이다. 빛과 물질이란 상반된 개념을 한 작품에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간과 균열을 재료로 쓴 지질학적 미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물감이 적층되면서 배색과 형태에서 모두 그러데이션이 생긴다. 물감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가운데부터 부착을 해나가도 하단에서는 '오류'처럼 휘어버린다. 작가는 "작품에 말 그대로 중력이 작용한다. 캔버스 말고 나무패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도 무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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