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미제라블' 흥행 … 부산 티켓파워 세졌다
'오페라의 유령' 이어 연타석 홈런
상반기 공연건수도 67% 늘어
서울 제치고 성장률 1위
도시 경제력에 중장년층 저변 확대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호평 속에 지난 19일 부산 공연의 막을 내렸다. 44회 장기간 공연에 매 회 70% 이상 관객이 들어찼다. 1700석 지방 대극장에서 보기 드문 매진 사례도 나왔다. 레미제라블은 오는 30일부터 서울로 장소를 옮겨 내년 3월까지 공연한다.
뮤지컬이 전국 도시에서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예술 공연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제2도시 부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 상반기 총 104건의 공연이 막을 올려 지난해 동기 대비 66.7% 성장해 같은 기간 서울의 성장률 29.4%를 크게 뛰어넘었다.
이 수치를 입증하듯 부산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드림씨어터 공연장에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시작 1시간 전인데도 꽤 많은 관객이 모여들었다. 남쪽 도시인 부산의 기온도 최근 들어 뚝 떨어졌지만 공연장 밖 포스터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세계적인 명작을 10년 만에 부산에서 관람한다는 설렘과 함께 저녁쯤에 맞춰 조명을 밝힌 포스터 앞은 그야말로 인증샷 촬영에 적합해 보였다.
공연 시간이 되자 시작 전 '장발장' 역을 맡은 민우혁 배우가 녹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2015년 공연에서 조연인 '앙졸라'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 시즌에는 장발장 역할로 무대에 서게 됐다. 카메라와 휴대폰 촬영에 대한 주의 사항이 관객들에게 전달됐고, 그 목소리는 어느새 관객들을 1832년의 파리로 데려다 놓았다.
막이 열리고 배에서 죄수들이 노를 젓는 가운데 첫 넘버인 '룩 다운(Look Down)' 앙상블이 비장하게 울려 퍼지고 빵 하나를 훔친 죄로 19년형을 사는 장발장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 대신 장발장의 죄수 번호 '24601'을 부르는 경감 '자베르'는 '별(Stars)'이라는 독백 형식의 넘버를 부를 때의 우렁찬 목소리로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 뮤지컬의 백미는 혁명의 바리케이드를 준비하며 역시 시민들이 부르는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 앙상블 넘버였다. 관객들이 자리에만 앉아 있지 못하고 같이 따라 행진에 나서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의 감동을 선사했고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부산 뮤지컬 시장의 성장성은 타 지역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뮤지컬 공연 건수뿐 아니라 상반기 티켓 판매액 규모도 우리나라 전체 시장의 9.7%를 차지해 부산이 조만간 두 자릿수를 차지하는 첫 지방 도시가 될 전망이다. 티켓 예매율도 서울의 성장세를 앞질렀다. 상반기 24만명 이상이 사전 예약을 해 전년 동기 대비 47.1% 성장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성장률 22.8%를 크게 넘는 수치다.
부산은 2012년 문을 연 1100석 규모의 소향씨어터에 이어 2019년 4월 1700석 규모 드림씨어터가 들어서면서 뮤지컬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25부터 6월 18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상반기 뮤지컬 티켓 판매액 상위 10위 중 2위를 차지했다. 부산에서 뮤지컬 공연의 인기가 높아지자 올해만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등 이른바 빅4 뮤지컬 중 3편이 이례적으로 부산에서 공연했다.
오는 21일 서울 공연 개막을 앞둔 뮤지컬 '시스터 액트'도 서울보다 부산에서 먼저 시작했다. 이 공연 관계자는 "부산에 일정 규모 이상의 공연 시장이 생기면서 가족 단위와 단체 관람객이 많아지고 있고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에 이르는 관객의 연령대도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과 함께 공연 시장 규모가 커지자 태양의 서커스도 내년 처음으로 부산을 찾는다. 서울 공연에 이어 2024년 1월 부산 센텀시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공연예술 기획사 마스트인터내셔널의 김용관 대표는 "부산을 처음 가는 것은 저희가 중요하게 생각한다. 태양의 서커스 공연에는 80개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가 들어와야 되고, 150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까 단기가 아닌 장기 공연을 해야 되고 장기를 하려면 도시의 인구도 (규모가) 있어야 되고, 경제력도 있어야 하고, 문화의 수준도 있어야 된다. 부산은 충분히 그럴 만한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부산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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