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파티 LCC..일단 빚부터 갚고 보자

김성진 2023. 11. 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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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워치-재무개선 속도 내는 LCC
금리 높은 영구채 우선 상환
단기차입은 다 털어내기도
주요 LCC 부채비율 큰 폭 하락
하반기 경기침체 우려 대비도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올해 중·단거리 항공수요 폭발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코로나19 기간 동안 쌓였던 부채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경기침체 우려가 드리우는 상황에 대비해 여유 자금으로 빚부터 갚고 보는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지난달 31일 620억원의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을 상환했다. 이 채권은 진에어가 지난해 10월 31일 발행한 것으로 만기가 30년짜리인 영구채다. 영구채는 만기가 매우 길고 발행회사가 원한다면 만기 연장도 계속할 수 있어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영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빌리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재무개선도 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자가 만만치 않다는 게 단점이다. 이번에 진에어가 상환한 620억원의 영구채만 보더라도 8.6%의 높은 최초금리가 적용됐다. 여기에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Step-up)이 달려 있다. 채권발행 후 첫 1년이 지난 후에는 5%의 금리가 붙고 그 이후에는 1년마다 2%의 이자가 추가로 붙는 조건이다. 상환 시기가 늦어질수록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다. 진에어는 지난 2분기에도 4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며 차입금을 줄인 바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빚 줄이기’는 다른 LCC들도 마찬가지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여객 수 기준 국내 2위 LCC로 치고 올라온 티웨이항공 역시 올 상반기 산은으로부터 받은 단기 차입금 250억원을 상환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올 3월 만기가 돌아온 60억원(이자율 6.59%)과 5월 만기의 190억원(이자율 5.72%)를 모두 갚았다. 현재 단기차입금은 수은으로부터 빌린 100억원(만기 2023년 12월, 이자율 6.2%)이 전부다.

제주항공은 790억원 규모의 영구채 전량을 조기 상환했다. 지난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영구채는 최초금리 7.4%에 발행 1년 후 5% 이자가 오르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제주항공은 또 지난 9월 그룹 계열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로부터 404억원 규모의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자본으로 인식되는 영구채를 갚은 데 따른 자본감소 효과를 희석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에어부산도 2019년 부산은행으로부터 차입한 3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올 3분기 모두 상환하며 차입금 줄이기에 속도를 냈다.

국내 LCC들이 일제히 차입금 상환에 나서는 이유로는 이자비용 감축이 꼽힌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하늘길이 모두 막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LCC들은 빚을 내더라도 생존하는 데 주력했다. 이 때문에 일부 LCC는 한 때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적도 있다. 그러다 올해 억눌렸던 여행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역대급 실적을 내기 시작하자 악화한 재무상태 개선에 돌입한 것이다. 제주항공은 올 3분기 44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으며 에어부산(433억원)과 티웨이항공(346억원) 역시 마찬가지로 3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진에어는 326억원의 이익과 함께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덕분에 국내 주요 LCC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큰 폭으로 낮아졌다. 무려 1655%에 달했던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818%로 떨어졌으며 진에어는 607%에서 384%로, 에어부산은 869%에서 647%로 낮아졌다. 다만 제주항공은 대규모 영구채 상환 탓인지 442%에서 473%로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수익성 악화 대비도 또 다른 요인이다. 이미 글로벌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넘나들고 있다. 사업 특성상 외화 차입이 많은 항공사의 경우 고환율은 큰 부담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로 여객 수요가 감소할 경우 또다시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1월 들어 항공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며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올해와 같은 호황은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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