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주회사 CVC 제도의 향후 정책방향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2023. 11. 1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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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사진=공정위

금산분리(金産分離)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호 업종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결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이다. 즉, 대기업집단이 금융기관을 사금고화하여 계열사를 부당지원하거나 고객자금으로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산업자본의 부실이 금융자본으로 전이되어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정책은 대기업집단이 보유한 금융·보험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행위 규제부터 직접적인 소유 규제까지 다양한 정책 스펙트럼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에 대해서는 금융보험사의 소유·지배를 제한하는 엄격한 금산분리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지주회사 체제에 내재된 지배력 확대 우려 때문이다.

지주회사 체제는 피라미드식 다단계 출자구조라는 특성상 소수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에 지배력을 확대할 우려가 높아 원래는 설립이 금지되었다. 그러나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 촉진 등을 위해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를 허용하면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간 교차 소유 금지 원칙이 도입되었다. 지주회사 제도는 지난 25년간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를 단순·투명하게 개선하고,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차단하는 등 나름의 역할을 하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주회사 관련 금산분리 제도는 2021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으로 큰 전기를 맞이하였다. 일반지주회사도 금융회사인 기업형 벤처캐피털, 즉 CVC(Corporate Venture Capital)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CVC는 일반지주회사가 주식을 100% 소유하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및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를 의미한다. 단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신용카드업·시설대여업·할부금융업 등의 금융업을 함께하지 않는 회사로 제한된다. 그간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인 CVC 보유가 금지되었으나 경제 여건의 변화 등으로 벤처투자를 촉진할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제한적 소유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CVC 보유 허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CVC 보유 허용의 배경에는 벤처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지주회사 체제에 유보된 풍부한 유동성이 중소·벤처기업으로 흘러가도록 하자는 입법자의 의도가 있었다. 현재 13개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에만 8개 투자조합이 신규 결성되어 2700억원의 자금을 조성하는 등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2년간 부작용 없이 CVC 제도가 운영되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공정위는 추가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일반지주회사의 창업기획자 보유를 추진 중이다. 사업 개시 3년 이내의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전문보육과 투자를 제공하는 창업기획자 보유가 허용된다면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성화되어 벤처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둘 이상의 벤처캐피털이 동등한 비중으로 출자하여 운용하는 공동펀드가 널리 활용되고 있음에도, 일반지주회사 CVC는 현행 외부출자 40% 제한으로 인해 공동펀드를 조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외부출자 비중을 50%로 상향하여 공동투자 활성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아울러 해외 우수기업 투자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할 수 있도록 해외투자 비중을 현행 20%에서 30%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도입 25년을 맞은 지주회사 관련 금산분리 제도 앞에는 지배력 확대 방지와 일반지주회사 CVC의 시장안착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대기업집단의 금융기관 사금고화를 방지한다는 금산분리의 대원칙을 견지하되, 지주회사 CVC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벤처생태계 활성화와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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