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소생]여의도 호텔서 맛본 발리 미슐랭3스타 셰프의 손맛은

김지우 2023. 11. 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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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카 레스토랑 헤드 셰프 3일간의 여정
신선한 굴부터 독특한 스낵메뉴 향연
스타셰프 초청 추세…브랜드 차별화 전략
럭키 오이스터, 버섯 크로켓, 구운 돼지고기 번, 피시 타르타르. /사진=김지우 기자 zu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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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스타 셰프 음식을

'미쉐린 3스타'는 특별하다. 프랑스 타이어 업체가 만든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타이어 구매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던 자동차 여행 안내책자로, 오늘날엔 이 책자에 실리는 순간 ‘검증된 맛집’으로 통한다. 전 세계에 100여개 남짓한 레스토랑만이 '3스타'를 받을 수 있다. 국내에는 현재 단 2곳 뿐이다. 희귀한 만큼 별 3개를 단 셰프는 최고의 명성을 얻게 된다.

국내 유명 호텔들도 주기적으로 미쉐린 스타 셰프를 초청해 컬래버레이션해오고 있다. 롯데호텔은 6개월~1년에 한번씩 미쉐린 스타 셰프인 피에르 가니에르의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시기를 기다렸다가 예약을 걸어두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라호텔도 지난 4월, 21년 연속 미슐랭 3스타를 유지한 크리스티앙 르스케르 셰프를 세 번째 초청해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에서 요리를 선보였다.

호텔들이 이러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차별화를 위해서다. 레스토랑에서 자체적으로 메뉴를 리뉴얼하더라도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데, 스타 셰프 초청 행사는 입소문을 낼 수 있는 일종의 수단이다. 미식가들에게 '이 정도의 스타셰프들을 모셔올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쿠카 레스토랑 헤드 셰프인 케빈 체르카스와 버지니아 엔티네 /사진제공=콘래드 서울

최근에는 그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쿠카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 케빈 체르카스가 한국에 방문했다. 발리 레스토랑의 음식을 그대로 선보여 호텔 공간의 한계성을 극복하겠다는 콘래드 서울의 기획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쿠카 레스토랑이 한국에서 요리를 선보이는 건 이번 팝업이 처음이다.

콘래드 서울이 쿠카 레스토랑과 협업하게 된 건 케빈 체르카스 헤드 셰프와 콘래드 셰프 출신의 호텔 매니저인 니콜라 상무와의 인연 덕분이다. 외부 셰프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준비하던 차에 아시아 투어 중인 쿠카 레스토랑과 뜻이 맞았다.

미쉐린 3스타는 '이 레스토랑에 방문하기 위해 이 지역에 방문할 가치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미쉐린 3스타 셰프가 구현하는 '발리의 맛'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콘래드 서울이 쿠카 레스토랑과 협업해 진행한 팝업에 다녀왔다. 

쿠카 레스토랑의 맛 그대로

이번 팝업에서는 콘래드 서울 37그릴앤바의 셰프들이 헤드 셰프인 케빈 체르카스 팀과 협업했다. 쿠카 레스토랑의 인기 타파스 메뉴는 물론, 이번 팝업을 위해 새로 개발한 디저트까지 이국적이면서 독창적인 다이닝을 선보였다. 최대한 발리와 비슷한 재료를 공수하기 위해 셰프들이 새벽 같이 가락시장에 방문해 재료를 공수했다는 설명이다.

코스는 스낵 3종류와 타파스 3종, 디저트 1종과 스위트 스낵 3종 순으로 구성됐다.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답게 기존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재료들을 재해석한 독창적인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첫 메뉴인 ‘럭키 오이스터’는 굴 위에 레몬소스를 머금고 있는 말랑말랑한 진주를 올려 비린 맛을 잡는 것과 동시에 시각적인 재미도 줬다.

굴 위에 얹어진 진주 /사진=김지우 기자 zuzu@

타파스(Tapas) 코스는 쿠카 레스토랑의 여러 메뉴 중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찾는 메뉴다. 코로나19 이후 발리 방문이 어려워진 한국인들을 위해 한국에서도 '발리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가장 인기 있던 피시 타르타르·바베큐 문어·하와이안 크래커 코스를 제공한다.

디저트류에서도 발리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달걀 프라이를 연상시키는 디저트 ‘발리 브렉퍼스트’는 망고로 만든 노른자를 패션후르츠와 휘핑 코코넛에 터뜨려 먹는 메뉴다. 패션후르츠와 휘핑 코코넛의 상큼함과 망고의 달달함이 합쳐진 열대과일의 맛은 발리 그 자체다.

쿠카레스토랑의 '발리 브렉퍼스트'/사진=김지우 기자 zuzu@

마지막 스낵 코스에는 한국 소비자들만을 위한 선물이 있었다. 땅콩들 사이에 숨겨진 쿠키를 찾아 먹는 ‘피넛 버터쿠키’다. 이 쿠키는 이번 팝업을 위해 새로 개발된 메뉴다. 잘게 부순 땅콩과 땅콩버터로 만들어져 부드러웠다.

발리에서 약 5200㎞ 떨어진 서울 여의도 건물 37층에서 화려한 야경과 한강뷰를 보며 맛본 쿠카 레스토랑의 메뉴들은 그 희소성만으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구성이다. 다만 평소 국밥 한 그릇(뚝배기+밥 한공기)을 깨끗이 비우는 사람이라면, 식후 야식을 찾게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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