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새 연락망 3.1만명" 속도내는 이준석 신당?

민동훈 기자 2023. 11. 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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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올 연말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온라인으로 지지자들의 연락망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여권을 압박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창당작업을 위한 밑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이 전 대표에 따르면 지지자 연락망 구축에 따라 연락망 참여자는 이날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이틀 새 3만1000명을 넘어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도 안 돼 정말 많은 분이 참여해주셨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어 "우선 온라인상에 관광버스 920대를 구축하는 순간까지 달려보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연락망 참여자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만 전체 참여자의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신당 창당 가능성을 공개 거론하며 여야 정치권 안팎의 다양한 인사들과 만나온 이 전 대표의 이러한 행동을 두고 정치권에선 신당 창당을 위한 밑작업에 착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신당 창당을 위해선 우선 △창당준비위원회 설립(창당 발기인 200명 이상) △최소 5개 이상의 시·도당 창당(각 당원 1000명 이상) △중앙당 창당 등록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생 정당'이 각 지역에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으는 것이 가장 까다로운 작업으로 꼽히지만 지난 이틀간 이 전 대표 지지자 연락망에 등록한 이들의 숫자를 감안하면 실제 발기인 모집이나 시·도당원 모집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발기인, 당원 명부 등에는 제공해준 정보가 활용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누군가에게 큰 빚을 지는 정치보다는 3000만원으로 전당대회를 치러낸 것처럼 경쾌하면서도 새로운 형태의 시도를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 방식의 조직 가동 대신 SNS와 유튜브 방송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번 보려고 한다"고도 전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높였다.

이준석 신당이 가시화될 경우 또 다른 관심사는 현역의원이 몇명이나 합류할지다. 지난 11일 이 전 대표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과 만난 자리에서 뜻을 같이하는 현역 의원들의 명단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서 주류인 친명(친이재명)계와 반목하는 비명(비이재명)계가 이 전 대표 신당과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현재 제3지대 대표 주자로 꼽히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인 금태섭 전 의원 등과 연결짓는 시선도 여전하다. 이 전 대표 측은 "신당은 이념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라며 "창당 과정에서 누구든 소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당협위원장은 지난 17일 KBC 시사토크쇼 촌철살인에 출연해 "무소속보다 나은 대안이라는 생각만 주면 현역 의원들은 온다"며 "지금 분위기에서(총선전) 원내 교섭단체인 20석 이상 확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의 첫 번째 목표는 정의당보다 많은 현역의원을 합류시켜서 일단 기호 3번을 확보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개혁 신당 구상'에 부합하는 인물들과 계속해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준석 신당'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현재 정의당 의원은 6명인 만큼 기호3번을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 7석의 현역의원의 합류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는 민주당 비명계(비이재명계) 의원 말고는 국민의힘 의원이 합류할 것이라는 기대는 높지 않다. 당내에서 비윤(비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이 "이 전 대표 신당으로 갈 명분이 없다"며 신당 합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여권의 대표적인 친이준석계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중 현역 의원은 허은아 의원뿐인데, 허 의원도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여서 신당에 합류할 경우 금배지를 유지하고 갈 수가 없다. 비명계의 합류도 향후 당의 주도권 다툼이 이어질 경우 이 전 의원에게 되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준석 신당'에 있어 긍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여당의원은 "'이준석 신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비명계와 반윤(반윤석열)의원들이 이 전 대표의 개혁 구상과 어떤 공통의 지향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정당이란 것은 개념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제 현실에선 선거공학적인 이합집산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표에게 있어 신당은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지렛대에 불과할 수 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의 연락망 구축과 관련해 "총선을 앞두고 당이 전열을 정비하고 화합하고 있는 상황인데, 당 구성원으로서 계속되는 이 전 대표의 언행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연락망 참여자가 서울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는 것에 대해선 "수도권 선거라는 게 긴박한 상황에서, 표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경우 많은데, 그런 상황이라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떤 요인이든 우리당에 조금이라도 마이너스될 요인은 선거에 영향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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