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슴을 툭 건드린 채종협의 한 마디, 박은빈도 울렸다('무인도의 디바')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11. 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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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기호야."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에서 강보걸(채종협)은 드디어 서목하(박은빈)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정기호가 아버지로부터 피하기 위해 신분을 강보걸로 바꿔 살고 있는 걸 알게 된 서목하는 이제 자신이 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도망치려 한다.

<무인도의 디바> 가 서목하와 정기호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려는 건, 살아남는 생존 그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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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 줘서 고마워”...박은빈과 채종협이 전하는 생존자들에 대한 위로

[엔터미디어=정덕현] "나 기호야." tvN 토일드라마 <무인도의 디바>에서 강보걸(채종협)은 드디어 서목하(박은빈)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15년 전 실종된 목하를 단 하루도 잊지 않고 섬 봉사를 핑계로 찾아다녔던 그였다. 하지만 결국 무인도에서 목하를 발견하고도 그는 자신이 정기호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건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 모두를 무너뜨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들은 가족 모두 신분을 세탁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던 강상두(이중옥)는 마침 실종된 가족으로 자신들의 신분을 바꿨다. 그렇게 강보걸이 되어 단란한 가족으로 15년을 살았던 정기호였다.

정기호가 아버지로부터 피하기 위해 신분을 강보걸로 바꿔 살고 있는 걸 알게 된 서목하는 이제 자신이 그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도망치려 한다. 무인도에서 나왔지만 다시 무인도 같은 혼자만의 세계로 돌아가려 한다. 그런데 이제는 무인도에서 나와 만나 깊은 인연을 맺게 됐던 윤란주(김효진)와의 약속이 마음에 걸린다.

서목하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윤란주에게 무인도에 있을 때 혼밥이 하기 싫어 사귀었던 친구 매기(갈매기) 이야기를 하며 거짓말을 했다. 너무 먹을 것이 없어 죽을 것만 같았을 때도 매기의 알을 먹지 않았다는 것. 그러면서 "언니 등쳐먹는 짓은 절대로 안해요. 굶어 죽어버려도 안해요."라고까지 강변했지만 사실 서목하는 살아남기 위해 울며 그 알을 먹었던 거였다.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친구라 여기는 매기의 알을 먹었던 서목하. 그녀는 윤란주에게도 또 자신을 15년 전에도 또 지금도 도와주고 있는 정기호에게도 혹여나 그 매기에게 했던 짓을 자신이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는 거였다. 자신의 존재가 저들이 가진 행복이라는 알을 훔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만든 죄의식이다.

하지만 이제 강보걸로 살고 있는 정기호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서목하를 너무나 이해하고 있었다. 그건 그 역시 똑같은 생존 상황을 겪고 있어서다. 서목하가 어쩔 수 없이 매기의 알을 먹는 짓을 저질렀던 것처럼, 그 역시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의 신분을 훔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는 서목하를 꼭 껴안으며 말해준다. "무인도에서 처음 널 발견한 그날, 그날은 정기호고 싶었어. 누구보다 먼저 널 찾고 싶었어.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무인도의 디바>가 서목하와 정기호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려는 건, 살아남는 생존 그 자체가 고마운 일이라는 거다. 정기호의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남아 줬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처럼도 들린다. 자신 또한 다르지 않은 생존자이고, 살아남기 위해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일단 살아남은 건 잘 한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는 것.

우리가 사는 환경은 갈수록 무인도처럼 혹독해졌다. 심지어 친구를 배신하거나 밟고 올라서야 자신이 살아남는 생존환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간다. <무인도의 디바>가 특히 우리의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저마다의 무인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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