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내는 일 [시가 있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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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이별이다.
내 안에 있는 당신을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시인에게 찾아온 모양이다.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부서지고 무너지며 보내야할 시간이 온 것이다.
시인은 내 자신보다 더 소중했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절규처럼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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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어도 나는 당신을 압니다
귀먹고 눈먼 당신은 추운 땅속을 헤매다
누군가의 입가에서 잔잔한 웃음이 되려 하셨지요
부르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생각지 않아도, 꿈꾸지 않아도 당신은 옵니다
당신이 올 때면 먼발치 마른 흙더미도 고개를 듭니다
당신은 지금 내 안에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알지 못하고
나를 벗고 싶어 몸부림하지만
내게서 당신이 떠나갈 때면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난 몸뚱이 갈가리 찢어지고
나는 울고 싶고, 웃고 싶고, 토하고 싶고
벌컥벌컥 사발 들이켜고 싶고 길길이 날뛰며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잎잎이, 뱉아 낼 테지만
부서지고 무너지며 당신을 보낼 일 아득합니다
굳은 살가죽에 불 댕길 일 막막합니다
불탄 살가죽 뚫고 다시 태어날 일 꿈같습니다
지금 당신은 내 안에 있지만
나는 당신을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조막만 한 손으로 뻣센 내 가슴 쥐어뜯으며 발 구르는 당신
- 이성복 作 <꽃피는 시절>
엄청난 이별이다. 내 안에 있는 당신을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시인에게 찾아온 모양이다. ‘절편보다 희고 고운 당신’을 부서지고 무너지며 보내야할 시간이 온 것이다. 시인은 내 자신보다 더 소중했던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절규처럼 읊고 있다. 당신을 보낼일이 아득하지만 그래도 보내야 한다.
누구에게나 이별은 온다. 한 사람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 그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말을 들을 수도 없고, 그 사람의 웃음도 볼 수 없는 날이 온다는 것. 인생이 지닌 슬픈 숙명이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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