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로니를 지켜라?”…伊의회, 인공 고기 ‘대체육’ 금지법안 승인

김나영 기자 2023. 11. 19. 14: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음식 문화 보존 명분… “세계 추세 역행” 반발도
이탈리아의 소시지 파스타/김성윤 기자

이탈리아 의회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고기인 대체육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안사통신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자국 축산업과 전통 식문화를 보호한다는 취지이지만, 대체육이 기후 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반발도 나온다.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해당 법안을 총 246표 중 찬성 159표로 가결했다. 법안은 실험실에서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 만든 대체육의 생산과 판매 및 수입·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대체육과 고단백 곤충 가루 등 비전통적 음식의 개발을 이탈리아 음식 유산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했다. 법 위반 시 최대 15만 유로(약 2억원)의 벌금을 물게 되며, 최대 3년 동안 정부 자금 지원을 받을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

이 법에 따르면 식물성 제품에 ‘두부 스테이크’나 ‘야채 프로슈토(자연 건조 햄)’ 등 육류와 관련된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지난 7월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통과되면서 이제 이 법안은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게 됐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는 유사한 취지에서 귀뚜라미·메뚜기 등 곤충에서 추출해 만든 ‘곤충 밀가루’를 피자나 파스타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실험실에서 생산된 제품은 우리 전통의 일부인 이탈리아 음식과 와인 문화의 보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시민들의 일자리와 건강을 위험에 빠뜨려 엄청난 이익을 얻으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행위를 금지하는 첫 번째 국가”라고 했다. 대체육이 상용화되면 기술을 보유한 다국적 기업 등은 이익을 얻는 반면, 전통 축산 농가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농산물서비스협회(ISMEA)에 따르면 지난해 이탈리아 축산업은 쇠고기 제품 63억 유로(약 8조8000억원), 돼지고기 제품 84억 유로(약 11조7000억원)를 판매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추세를 거스른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체육은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1월 세포 배양 닭의 생산을 허가했다. 싱가포르는 2020년에 배양육을 치킨 너깃(한입 크기 조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동물 권리 보호 단체들은 대체육이 동물 복지를 위한 윤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이 대체육 생산과 유통을 승인할 경우, EU 회원국인 이탈리아가 대체육 판매를 금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하원에서 법안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대체육 금지에 찬성하는 이탈리아 내 최대 농업 단체 콜디레티와 금지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 간에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지난 8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부 장관이 각료 회의에 참가하고 있다./AP 연합뉴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