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인식을 바꾸면 기회도 많아집니다" 이강식 스파크플러스 부대표
"좋아하는 기업 '토스'처럼 오피스 시장도 변할수록 기회 무궁무진"
"현대카드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업무를 담당했어요. 제 나이 또래가 아이템 하나로 회사를 일으키고 몇백, 몇천억의 돈을 굴리는 것이 신기했죠. 제가 처음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진 계기입니다."
이강식(45·사진) 스파크플러스 부대표에게 안정적인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에 몸담게 된 계기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ING생명과 현대카드에서 일하던 이 부대표는 5년여전 뜬금없이 스타트업 '직방'의 최고전략책임자로 이적했고, 올해 또 한번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번엔 공유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였다.
그는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고, 제가 잘할 수 있는게 뭘까 생각했더니 200명 정도 인원, 2000억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에 가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직방의 성장에 기여했던 그가 스파크플러스로 온 이유다.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공유오피스 개념을 알리고,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스파크플러스의 성장 잠재력을 봤다. 기획과 개발 중심의 플랫폼이 아닌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 스파크플러스에 입사한 이 부대표가 회사에 오자 마자 강조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었다. 첫 번째는 직원들도 이 회사가 사업 중심의 회사라는 것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었다. "직방이나 당근마켓처럼 한 명의 천재적인 서비스 기획자나 개발자가 회사를 끌고 가는 서비스가 아니라 직원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그들이 회사를 끌고 가도록 변화시키고 싶었어요."
그가 강조한 두 번째는 사업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유'라는 키워드가 핫하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지만 지금은 개인화와 맞춤형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 부대표는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리브랜딩'에 나섰다. '공유오피스'에서 공유를 빼고, 오피스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이다. "공유에서 나오는 경제적 효익이 분명히 있지만, 스파크플러스에서 이뤄지는 그런 사업의 내용들은 공유라는 개념보다 훨씬 더 개인과 일대일, 커스텀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서 회사의 틀도 당연히 바꿔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파크플러스의 리브랜딩은 우선 선언적인 의미가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공유라는게 저희 비즈니스 모델에서 여전히 유효한 것은 맞지만, 저희가 지금까지 하고 있는 사업이나 서비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면 공유라는 틀에 가두고 싶지 않았어요."
35개 지점에 3000개가 넘는 입주사들을 보유한 스파크플러스가 단순히 사무실을 임대해주는 건물주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입주사들이 더 일에 집중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된다는 의미다.
"지금 저희 오피스에 들어오는 입주사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라고 생각을 하시겠지만, 업종이 굉장히 다양해졌어요. 600인 이상의 직원을 가진 중견회사가 들어와 있기도 하고, 당연히 소규모 스타트업도 존재합니다." 스파크플러스는 이런 각 회사의 특성에 맞게 공간을 제안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리브랜딩에 담았다.
"스타트업은 오피스 운영에 신경쓰지 않고 일에만 집중하는 환경을 필요로 하고, 규모가 큰 기업이나 대기업 TF팀이 오피스를 쓸 때는 그들에게 맞는 레이아웃과 보안, 인테리어, 네트워크 등을 요구하기도 하죠."
그는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도 리브랜딩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공유오피스 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하다 코로나 등으로 경영난을 맞아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간 위워크를 예로 들며 스파크플러스만의 차별성을 살려 이런 글로벌 위기를 극복해 간다는 것이다.
"앞으로 공유 오피스 기업의 성과는 '차별성'에서 갈릴 겁니다. 지금까지 공유오피스 방식은 기본적으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자본이 요구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겠죠." 이 부대표는 지금까지 스파크플러스가 공유오피스 사업이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검증했고, 앞으로는 확장성에 무게를 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직접 자본을 들이지 않고 오피스 운영에 대한 노하우나 경험, 브랜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앞서 말한 '커스텀'을 무기로 간접 운영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 볼 계획입니다."
그는 좋아하는 기업으로 '토스'를 꼽았다. 이 부대표는 "금융은 굉장히 폐쇄적이고 레거시(유산)도 강한 업종인데 그 안에서 굉장히 큰 변화를 일으킨 회사가 토스다"라며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이고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던 오피스 시장의 변화를 바라는 사람도 많다. (토스처럼) 변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게 많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자리에서의 책임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항상 책임을 다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같이 일하는 직원 수도 많아지고 제가 하는 의사결정이나 행동에 따라 전체가 좌지우지 되는 경험이 적지 않다"며 "직급이 올라갈수록 말과 행동에 모두 고민하고,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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