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상, LG 프랜차이즈 슈터될까?
역대 신인드래프트 역사에서 3픽은 '반란의 순위'로 불리기도 한다. 해당 드래프트 최고를 놓고 겨루는 1, 2순위에게 밀리면서 시작하지만 그 못지않은 혹은 뛰어넘는 활약이나 커리어를 보여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김승현, 이현민, 양희종, 송교창, 이정현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올 시즌에도 범상치 않은 3순위의 반란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지명된 연세대 출신 슈팅가드 유기상(22‧188cm)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벌써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 LG 팬들의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1순위 문정현(22‧194cm)과 부상으로 데뷔전도 치르지 못한 박무빈(23‧184.4cm)보다 한걸음 앞서나가고 있다.
8경기에서 평균 7.25득점, 1.75리바운드, 1.50스틸(4위)을 기록하며 빠르게 팀내 핵심 멤버로 도약 중이다. 물론 시즌은 이제 시작된 상태인지라 문정현과의 비교는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박무빈 또한 부상에서 돌아오게 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적어도 올 시즌이 끝난 후 결과를 보는게 맞다.
드래프트 동기들을 떠나 유기상의 미래는 밝다는 평가가 많다. 3점슛이라는 확실한 자신만의 특기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기상은 경기당 1.5개의 3점슛을 기록중이다. 성공률 역시 42.86%로 높다. 데뷔전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등 프로의 높은 벽에 적응시간이 필요하나 싶었지만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경기력이 눈에 띄게 올라오고 있다.
10일 KCC전에서는 3점슛 6개(성공률 75%)로만 18득점을 올리는 폭발력을 보여줬으며 17일 정관장전에서도 3개의 3점슛을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3점슛 스페셜리스트답게 볼없는 움직임이 좋아 빈자리를 선점해 받아먹는 슈팅에 능한 것을 비롯 스크린을 타고 돌며 순간적으로 찬스를 만드는 기술도 빼어나다.
슛터치가 부드럽고 빨라 수비수가 알아차렸다 싶은 상황에서도 반 박자 앞서 슛을 성공시켜 버린다. 본인이 직접 드리블을 치고 나가다 공간이 비었다 싶으면 지체없이 슛을 던져버릴 정도로 배짱도 두둑하다. 대학시절 보여준 거침없는 강심장을 프로 무대에서도 그래도 재현하고 있다.
조상현 감독이 슈터 출신이라는 점도 호재다. 유기상의 재능을 바로 알아보고 슈터를 위한 다양한 패턴을 만들어주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사실 유기상의 진짜 가치는 따로 있으니 다름아닌 수비다. 대학 무대서 이름을 날렸던 쟁쟁했던 슈터들이 프로에서 적응에 애를 먹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당수는 수비에서의 문제점이 크다.
두자릿수 득점을 보장하며 공격력으로 커버할 정도의 수준이 아닌 이상 슈터 또한 기본적인 수비는 필수다. 어느 정도 수비가 되어야 감독도 출장시간을 늘려줄 수 있고 그래야만 슈터도 부담 없이 리듬을 잡아가며 슛을 던지는게 가능하다. 수비가 되지 않아 잠깐씩 끊어서 나오는 등 코트에 나서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슈터 입장에서도 감을 잡기가 쉽지않아진다.
유기상은 슈터치고 수비가 상당히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피드가 아주 빠른 것은 아니지만 공격수의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좋으며 긴 윙스팬(197cm)을 앞세워 상대를 압박하는 부지런함이 돋보인다. 경험이 더 쌓인다면 슈터로서는 물론 수비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디펜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그간 KBL을 거쳐간 슈터들은 무수히 많았지만 탄탄한 수비까지 겸비한 선수는 예나 지금이나 찾아보기 쉽지 않다. 김영만, 추승균, 양경민 등 극 소수다. 엄밀히 말하면 김영만, 추승균 등은 슈터라기보다는 전천후 3번에 가까웠다. 양경민같은 3&D자원은 정말 귀하다. 이는 NBA도 마찬가지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왕조의 한축인 클레이 탐슨이 한때 많은 선수들이 함께 뛰고 싶어하던 인물로 꼽히던 배경에는 빼어난 슈팅력과 함께 강력한 수비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LG는 그간 이름값 높은 슈터들이 많이 거쳐갔다. 역대 최고의 슈터 중 한명으로 불리는 '캥거루 슈터' 조성원을 비롯 '썬더볼' 양희승, '육각슈터' 조우현, '조쌍' 조상현, '코리안 지노빌리' 강대협, '조선의 슈터' 조성민 그리고 혼혈 최고 슈터 문태종까지…, 슛좀 던진다는 빅네임 중 송골매 군단 유니폼을 안입은 선수를 찾는게 더 빠를 정도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랫동안 함께한 선수는 없다. 대부분이 외부영입이며 LG에서 데뷔했어도 동행이 길지 못했다. 조성원 시대, 문태종 시대가 우승할 수 있는 적기였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으며 조성민은 전성기가 지나서 합류한 케이스다. 어느 팀이든지 마찬가지겠지만 주전급 슈터는 외부영입보다 자체육성이 훨씬 낫다.
될성부른 신인이 처음부터 즉시 전력감으로 올라서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샐러리캡 등을 유동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을 비롯 더 좋은 선수단 구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공수겸장 루키 유기상의 존재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LG팬들은 프랜차이즈 슈터를 기대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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