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남궁민·안은진이 아니면 안 됐다 [종영기획]

황서연 기자 2023. 11. 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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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인, 안은진 남궁민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MBC 드라마의 구원 투수였던 '연인'이 연장 끝에 해피엔딩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고전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의 유사성 논란, 파트 간의 긴 공백 등 악재들도 존재했으나 두 주인공이 쌓아 올린 서사와 명연기가 어우러지며 '연인 폐인'을 양산,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결국 유종의 미를 거뒀다.

18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연인'(극본 황진영·연출 김성용)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 역사 멜로드라마다. 지난 8월 첫 방송을 시작해 파트1에서는 병자호란을 겪고 전쟁 속에 고통받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렸으며, 10월에 시작된 파트2에서는 전쟁이 끝난 후 조선과 청나라를 오가며 애틋한 로맨스 서사를 쌓아 올리는 이장현(남궁민) 유길채(안은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그간 '연인'은 병자호란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쟁 속에서 신음하던 백성들의 현실을 기존 사극과는 새로운 관점으로 담아냈다. 전쟁 전후로 왕과 대신들이 보여준 이중적인 면모와 이로 인한 백성들의 고충이 곳곳에 담겼고, 포로로 잡혀갔다가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여인들이 오히려 '환향년'이라는 말을 들으며 꽉 막힌 유교사상 아래 죽어가던 조선의 현실을 조명했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감싸던 민초들의 연대, 이들의 생명력이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아픈 역사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마지막 회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들이 다시 되풀이됐다. 아들 이장현을 죽이라는 아버지 장철(문성근)의 모습에서는 명분과 생존을 위해 백성을 내던지던 왕족의 모습이 엿보였고, 또다시 기억을 잃은 이장현과 유길채가 재회해 결국은 서로를 되찾는 모습에서는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사랑, 민초들의 생명력이 또 한 번 느껴졌다. 당초 30부작이었던 이야기가 21부작으로 대폭 축소되면서 방대한 서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짙은 여운을 남긴 바닷가 엔딩은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MBC 연인, 남궁민


특히 엔딩까지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던 두 주연의 열연은 '연인' 성공 신화의 일등 공신이었다. 남궁민은 10년 만에 사극에 도전한 것은 물론, 오랜만에 정통 멜로에 뛰어들었음에도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입증했다. 최근 전작들에서 보여준 코믹한 모습이나 다크 히어로의 모습은 모두 사라지고 수려한 선비로 변신한 모습이 여심을 흔들었다. 전쟁신을 배경으로 한 화려한 검술 액션도 그의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기에 충분했다.

남궁민은 이장현을 통해 그간 쌓아온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느릿한 말투와 따뜻한 목소리, 다정한 눈빛이 어우러져 이장현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빚어냈다. 특히 극 초반, 계속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서사를 쌓아나가기도 쉽지 않았던 이장현과 유길채의 멜로를 깊은 감정으로 소화해 내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납득시켰다. 남궁민이 아닌 이장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호연이었다.

MBC 연인, 안은진


유길채 또한 안은진이 아니면 안 됐다. 백성들의 강인한 생명력, 그 자체를 캐릭터로 빚어낸 듯한 유길채는 곧 '연인'이 그려내고자 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기존 사극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유형의 여주인공이었고, 때문에 철딱서니 없는 모습이 주를 이뤘던 극 초반에는 미스 캐스팅 논란이 생겼을 정도로 우려의 시선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안은진은 세상 물정 모르던 양반댁 규수가 전쟁을 겪으며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작품의 구심점이 됐다.

안은진은 피난길에서 살아남고, 청나라에 포로로 잡혀가고, 조선으로 돌아와 '환향녀' 취급을 당하며 이혼을 당하는 고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유길채의 강인한 생명력을 다부진 눈빛으로 표현해 냈다. 당돌하면서도 사랑스럽고,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여인, 사랑하는 이를 그리며 애처롭게 눈물짓는 여인의 얼굴을 시시각각 다르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남궁민과의 멜로 호흡 또한 출중했다.

이러한 두 사람의 활약 속에 연인은 12.9%,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올해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MBC에게는 남궁민, 안은진이 최고의 구원 투수이기도 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남궁민 | 안은진 |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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