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情景] IP가 된 LP…서울레코드페어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바이닐(LP) 열풍이 여전하다. 이 문장 자체는 이제 놀랍지도, 새삼스럽지 않다.
국내 최대 바이닐 축제 '서울 레코드 페어'가 돌아올 때마다 병기되는 일종의 참인 명제다.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 E에서 개막한 '제12회 서울레코드페어'에서 역시 확인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수면 위로 올라오던 현상이 이번에 더 명확히 보였다. LP 그리고 LP를 둘러싼 문화가 지식재산권(IP)이 된 것이다.
일례로 서울레코드페어 측은 지난해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해 자신들의 캐릭터 레코냥이 새겨진 비니 등을 내놓았다. 올해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뚜까따와 함께 레코냥 스마트폰 터치 장갑, 양말 등을 선보였다.
이런 굿즈는 하나의 예다. 페어 측 뿐 아니라 여러 음반 회사도 LP문화를 기반 삼아 다양한 기획물, 품목을 내놓고 있다.
1952년 설립된 오아시스레코드는 1980년대 부드럽고 청량한 목소리로 주목 받았던 가수 이화(김현숙)의 정규 1집 '눈내리던 겨울밤'을 1000장 한정으로 재발매했는데 이 판 옆에 자사 로고를 박은 캡모자 등 굿즈를 나란히 전시해 판매했다. 김도향이 프로듀서로 나선 '눈내리던 겨울밤'엔 김현식, 정성조, 이장희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또 한국 대중음악의 변천사와 함께 한 역사를 지닌 만큼 오아시스레코드만의 역대 음반을 전시하고, 릴 테이프·LP 청음존 등을 만들어 음악 마니아들을 호응을 얻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힙합 듀오 '듀스' 역시 올해 LP를 잇따라 발매했는데 이번 페어에서 사진집, 옷 등 굿즈를 선보였다. 90년대 한국대중음악에 충격파를 던졌던 삐삐밴드의 1,2집 LP를 포함해 다이나믹 듀오의 3집 LP, 최백호의 7 LP, 태양의 솔로 EP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그리고 해리빅버튼, 마미손, 박기영, 백현진, 이주영, 이민휘, 해서웨이, 주애, 영화 '헌트' OST 등의 음반은 '서울레코드페어 최초공개반' 섹션을 통해 소개됐다. 이런 흐름은 서울레코드 페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됐다는 걸 방증했다.
특히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김도언을 포함해 장기하, 머드 더 스튜던트, 제이클레프, 다브다 등의 바이닐 음반이 최초 공개·판매된 '서울레코드페어 한정반' 섹션은 이 페어의 위상을 새삼 확인케했다. 물론 이번에 처음 공개된 LP뿐 아니라 기존 베스트셀러, 평소엔 대중과 잘 만나지 못했던 재즈, 산울림 등 동요 음반들도 먼지를 털고 음악 팬들과 조우했다. 이밖에 최근 국내에서 부쩍 높아진 J팝의 인기를 반영하듯 마쓰다 세이코 등 일본 인기 가수 LP 등도 여러 군데에서 판매했다.
몇 년 전부터 LP시장의 주축이 된 20~30대는 이번에도 대거 페어 현장을 찾았다. 이날 오전 11시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는데, 아침 일찍 줄을 선 이들의 상당수가 젊은 층이었다.
이런 국내 바이닐 시장의 역동성은 해외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일본의 최대 레코드제작 업체인 도요카세이(동양화성)가 홍보부스를 열고, 대만 타이중의 레코드숍 '로우 레코즈'는 해외 소매점으로는 유일하게 이번 서울레코드페어에 참가신청서를 냈다. 70년대 초 일본 현지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발표된 김상희의 재즈·스탠더드 희귀 레코드 2종은 일본의 최대 아날로그 이벤트 '레코드데이'와 협력을 통해 소개됐다.
음악 청취량이 변변치 않는 이들이라도 서울레코드페어는 찾는 것만으로도 풍족감을 준다. 음악이 가진 불투명한 메시지를 아름다움을 물성으로 빨리 전환시키고 싶을 때 우리는 LP를 듣는다. 이번 서울레코드페어는 19일까지.
LP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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