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오염수” 직접 거론한 시진핑, 기시다는 ‘수산물 금수’ 해제 호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를 풀기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1년만에 정상회담을 열었으나, 뚜렷한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이 1년 전보다 약 99% 가량 줄어들면서 일본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와 시 주석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현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담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이후 양국 정상이 처음 대면한 자리였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 회담에서는 부드러운 분위기였으나, 이날은 웃음기를 보이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일본 내에선 이번 회담을 앞두고 기시다 총리가 중국의 수산물 금수와 관련해 시 주석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 낼지 여부에 관심이 모였다. 앞서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자, 중국은 이에 반발해 같은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후 지난 10월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1년 전에 비해 약 99.3% 감소한 5000만엔(약 4억3000만원)에 그쳤다고 NHK는 보도했다. 오염수 방류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중국으로 수출한 수산물 액수는 전체의 22.5%인 871억엔(약 7546억원)으로, 전체 수출국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 초반부터 시 주석에게 “과학에 근거해 전문가에게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맡겨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위와 독립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시 주석은 일본 정부가 기피하는 용어인 ‘핵오염수’라는 표현을 쓰며 “핵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인류의 건강과 전 세계 해양환경, 국제 공공이익에 관련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은 국내외의 합리적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책임감 있고 건설적인 태도로 (오염수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수산물 금수 철회와 관련해 “솔직히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양국은 오염수의 안전성과 관련해 전문가 논의를 시작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최저한의 타협’이라 평가하며, 오염수 방류를 반대해 온 중국이 수산물 금수 조치를 없애려면 자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내에서는 오염수 방류 이후 대화에 적극적이지 않던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 응한 배경에는 부진한 중국 경제 문제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중국은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 유례없는 기회를 준다”며 경제 협력 심화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10월 하순에 미국을 방문한 직후부터 일본 측과 접촉해 회담 개최에 추파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며 “시 주석이 매우 바쁜 국제회의에서 일본을 회담 상대로 고른 것은 (일본의) 중국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내고, 경제 교류를 회복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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