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가이' 황희찬 부활→재계약 협상까지...울버햄튼 바꾼 감독의 비법

김대식 기자 2023. 11. 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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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게리 오닐 감독은 울버햄튼의 미래를 바꿔놓고 있다.

2023-24시즌 울버햄튼의 시즌 전망은 최악이었다. 울버햄튼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매우 기이한 행보를 보여줬다. 팀 핵심 선수였던 주앙 무티뉴, 후벵 네베스, 네이선 콜린스, 아다마 트라오레 등 모두 팔아치웠다. 프리미어리그(PL)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칙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 울버햄튼은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자유계약으로 영입한 선수도 토트넘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실패한 맷 도허티뿐이었다. 결국 강등권의 울버햄튼을 중위권으로 끌어올린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구단의 방향성에 불만을 품고 떠나버렸다.

로페테기 감독까지 떠나게 되자 전망은 더 나빠졌다. 영국 '디 애슬래틱'은 시즌 시작 전 울버햄튼을 강등권으로 분류했다. '디 애슬래틱'의 살라 셰퍼드 기자는 "울버햄튼이 정말 걱정된다. 지난 시즌 부진했고, 라울 히메네즈, 무티뉴, 네베스를 잃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닉 밀러 기자 또한 "울버햄튼은 모든 구성원을 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키고 싶었던 로페테기 감독마저 잃었다. 울버햄튼은 강등될 수 있다"며 의견을 더했다.

부정적인 전망만 가득한 가운데, 울버햄튼은 감독 경험도 많지 않고, 본머스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오닐 감독을 선택했다. 오닐 감독의 부임이 울버햄튼의 미래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졌다.

하지만 울버햄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중위권의 성적을 내고 있다. 오닐 감독의 축구가 빠르게 자리잡아가면서 최근 6경기에서는 3승 2무 1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이에 영국 '디 애슬래틱'은 "100일이 지난 후 오닐의 울버햄튼은 여전히 변화하고 있지만 이제 울버햄튼은 분명히 오닐 감독의 팀이다. 스타일이 바뀌었고, 결속력과 목표의식이 가득한 울버햄튼의 훈련장도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오닐 감독이 어떻게 울버햄튼을 바꿨는지를 소개했다.

오닐 감독은 주 5일제를 확실하게 도입했다. 로페테기 감독 시절 울버햄튼은 쉬는 날이 많지 않았고, 휴식 일정도 들쭉날쭉했지만 오닐 감독은 경기 다음날과 목요일에 항상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있는 중이다.

휴식은 더 많아졌지만 선수들의 체력은 더 좋아졌다. 훈련할 때의 집중력을 더욱 높였기 때문이었다. 매체는 "선수들이 훈련을 할 때는 세션이 더욱 강렬해졌다. 신임 감독들이 물려받은 선수단의 체력 수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오닐 감독은 자신의 팀이 시즌 초반보다 90분 동안 기준을 더 잘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오닐 감독이 오기 전까지 울버햄튼 선수들은 홈경기 전에 항상 호텔로 집합해 경기를 준비했지만 오닐 감독은 이런 과정을 폐지해버렸다. 선수들이 스스로 더 책임감을 가지길 바래서였다. 덕분에 선수들은 경기 전에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뒤에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오닐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선수단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도 계속해서 권장하면서 스스로 성장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가장 큰 차이점은 오닐 감독이 울버햄튼 선수들에게 취한 접근법에 있다. 그와 코칭스태프는 더 선수들에게 다가섰다. 오닐 감독은 좀 더 사람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전술적인 변화 역시 있었다. 오닐 감독 체제에서 울버햄튼은 더욱 속도가 빠른 공격을 펼치는 팀으로 거듭났다. 특히 수비 진영부터 시작해 15초 안에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슛이나 터치를 해내는 다이렉트 공격 비중이 상당히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에서 제일 덕을 본 선수가 바로 황희찬이다. 황희찬은 과거보다 좀 더 중앙에서 움직이면서 득점을 노리는 역할로 바뀌었다. 옛날처럼 측면 위주의 공격은 자주 나오지 않는다. 공을 전진시키는 역할은 마테우스 쿠냐나 페드로 네투가 주로 맡는다.

'디 애슬래틱'은 "네투와 쿠냐의 향상된 개인 기량과 득점 선두 황희찬의 움직임에 힘입어 좀 더 직접적인 접근이 이루어진 결과, 울버햄튼은 더 많은 슛을 날리지만, 더 위험한 지역에서 결정적인 슛을 날릴 수 있는 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변화에서 나온 황희찬의 기세는 역대급이었다.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 5라운드 리버풀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팀의 공격을 책임졌다. 네투와 좋은 호흡을 과시하면서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경계를 받기도 했다.

울버햄튼을 만나기 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는 항상 울버햄튼을 상대로 힘들어했다. 울버햄튼이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실력을 봐라. 특히 최전방에 있는 네투, 마테우스 쿠냐, 그리고 한국 선수(황희찬)는 정말 잘한다"며 콕 찍어서 황희찬을 언급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방심하지 않았지만 황희찬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황희찬은 맨시티를 상대로도 득점을 터트리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뒤이어 치른 아스톤 빌라전에서도 골맛을 보면서 득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황희찬이었다.

황희찬의 기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본머스전에서 시즌 첫 도움을 기록하면서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도 1골,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도 1도움을 추가한 황희찬은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구단 역사상 홈 6경기 연속골을 신고한 최초의 선수에도 올랐다.

황희찬의 맹활약에 만족한 울버햄튼은 재계약 제안까지 건넸다. 영국 '디 애슬래틱'에서 활동하면서 PL 관련해 가장 뛰어난 공신력을 자랑하는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는 19일(한국시간) "울버햄튼이 황희찬과 재계약을 논의 중이다. 황희찬의 기존 계약은 2026년까지 만료되지 않지만 그는 이번 시즌 핵심 선수가 됐다. 구단은 황희찬의 퍼포먼스에 대해 개선된 계약으로 보답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온스테인 기자는 "황희찬이 몰리뉴 스타디움에 남길 바라는 양측의 바람 덕분에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황희찬은 오닐 울버햄튼 감독 밑에서 뛰는 걸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건이 맞다면 연장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오닐 감독의 변화 속 가장 수혜를 입은 선수가 황희찬이었고, 황희찬은 감독의 믿음을 결과로 가져오면서 재계약 제안까지 받는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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