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재산분할에 세간 관심 집중…미국에선 100조 받았다는데 [법조인싸]

강영운 기자(penkang@mk.co.kr) 2023. 11. 1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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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 억달러.'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빌 게이츠가 2021년 이혼할 당시 부인인 멜린다가 받아들인 금액입니다.

'억'소리를 넘어 '조' 소리가 나오는 이혼이 미국에서는 꽤 많습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혼 소송에서는 13억 3000만 원 재산분할이 결정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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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 억달러.’

세계 최고 부호 중 한 명인 빌 게이츠가 2021년 이혼할 당시 부인인 멜린다가 받아들인 금액입니다. 우리 돈으로 하면 거의 100조원에 달하지요. 대한민국 올해 예산(약 640조원) 6분의 1에 해당합니다. 약 36년간 빌 게이츠와 함께 살아오면서 기여한 측면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빌 게이츠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억’소리를 넘어 ‘조’ 소리가 나오는 이혼이 미국에서는 꽤 많습니다.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이 널린 데다가, 우리와 달리 이혼에 대해 더 개방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2019년 이혼 할 때도 아내 매켄지는 380억 달러를 챙겼습니다.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이혼’으로 불렸지만, 챔피언의 타이틀은 2021년 빌 게이츠가 가져갔습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우리나라에서도 ‘세기의 이혼’이 많은 편이지만, 금액으로보면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SK 최태원 회장과 이혼 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부장판사 김현정)는 지난해 12월 재산분할 액수를 현금 665억원으로 정했습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엄청난 돈인 건 확실하지만, 최태원 회장 추정 재산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노 관장은 “34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이 셋을 낳아 키우고 남편을 안팎으로 내조하면서 사업을 현재 규모로 일구는 데 제가 기여한 것이 1.2%라고 평가받는 순간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출처=연합뉴스]
이부진 호텔 신라 사장과 임우재 씨 이혼 소송에서도 1조 2000억을 임 씨가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14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이혼 소송에서는 13억 3000만 원 재산분할이 결정 됐습니다.

한국과 미국 재벌들의 배경이 다르다는 점이차이를 불렀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많은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 재벌 2·3세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과 법리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나 제프 베이조스 등의 경우는 배우자가 공동 창업 등 사업 초기부터 재산형성에 기여하였기 때문에 이번 재판의 ‘특유재산’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은 ‘특유재산’으로서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노 관장의 경우에서도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주식을 상속·증여로 취득한 ‘특유재산’으로 보고 노 관장이 해당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7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열린 외신기자 대상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법원의 판결이 ‘전근대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상속 재산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수십 년을 같이 산 배우자의 ‘공’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로펌의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우리 재판부는 과거부터 전업주부의 기여도를 현저히 적게 평가해 왔다”면서 “노소영 관장의 경우에도 1심 재판부가 그녀의 기여도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본다” 말했습니다. 그는 “수조 원의 재산을 가진 재벌가에서 소송으로 재산을 나눈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부가 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면서 “항소심 재판에서는 노 관장의 공이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SK 최태원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말처럼, 노 관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이혼’ 당사자가 될 가능성은 아직 있습니다. 노 관장이 재판 출석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도 항소심 변론기일에 직접 나와 적극적으로 자신의 기여도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 관장의 세 자녀도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전해지지요.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입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계의 명언, 이혼에서도 적용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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