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없이 봄 농구? 리빌딩도 아닌 ‘무늬만 명가’ 삼성, 7년 잃고도 교훈 없었나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11. 1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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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남은 무늬만 명가 서울 삼성.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대체 무엇일까.

삼성은 지난 1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73-102, 29점차 대패를 당했다.

불명예도 함께 떠안았다. 원정 18연패 늪에 빠지며 KBL 역대 최다 원정 연패 타이 기록을 세웠다. 원정 18연패 기록을 세운 건 총 4회, 그중 2회를 삼성이 보유하고 있다.

이름만 남은 무늬만 명가 서울 삼성.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은 대체 무엇일까. 사진=KBL 제공
앞서 언급한 원정 연패 기록은 현재 진행형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홈 연패 기록은 14연패로 KBL 역사에서 2번 모두 삼성이 이름을 올렸다. 홈, 원정 연패 기록 모두 삼성이 독차지하고 있다.

올 시즌만 보더라도 2승 9패, 7연패 중이다. 대구 한국가스공사가 1승 9패로 1경기 덜 치러 10위에 있으나 삼성의 꼴찌 탈환(?)은 시간 문제처럼 보인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와 삼성의 경기력 차이는 상당히 크다.

문제투성이다. 긍정적인 건 코피 코번 영입 외 없다. 모두 부정적이다. 지금의 삼성이 봄 농구를 기대하는 건 말 그대로 ‘욕심’일 뿐이다. 정말 심각한 건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이후 삼성은 7시즌째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문제를 크게 보면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기본적으로 갖춘 전력이 너무도 약하다는 것이다. 국내선수 중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이가 단 1명도 없다. KBL 10개 구단에서 국내선수 중 단 1명도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구단은 삼성이 유일하다.

전성기가 지난 이정현, 김시래가 여전히 주축이며 기대받은 전체 1순위 출신 이원석은 제자리걸음도 힘겨워 보이는 상황이다. 팀내 고액 보수를 받는 이동엽은 벌써 ‘먹튀’에 가깝고 유망주들은 줄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KBL 최초 고졸 전체 1순위 출신 차민석은 성장은커녕 ‘유리몸’ 신세로 코트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김진영은 프로 의식부터 먼저 제대로 갖춰야 할 선수다.

코번은 최소 6강 이상의 성적을 책임질 수 있는 외국선수다. 만약 국내 전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팀에 있었다면 우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막을 방법이 없는 괴수다. 그러나 삼성의 빈약한 국내 전력은 코번마저 매력 없는 남자로 만들고 있다.

전체 1순위 출신 이원석의 제자리걸음. 그는 드래프트 동기 하윤기-이정현보다 100걸음 뒤로 밀려나 있다. 사진=KBL 제공
삼성은 매해 FA 기간마다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선수 영입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결과를 낸 건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FA 시장만큼 정의와 거리가 먼 곳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쟁에서 밀린 것 역시 프로 스포츠에선 큰 실책이다. 과거 투자에 인색하지 않았던, 아니 FA 시장에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삼성은 이제 지갑을 열지 않는 자린고비가 된 지 오래다.

이번 FA 시장에선 준척급 자원이 적지 않았고 대부분 이적한 팀에서 제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올해 이동엽, 김광철, 조우성과 재계약한 것을 제외하면 새로 영입한 선수는 윤성원이 유일했다. 오히려 2022-23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준 이호현을 부산 KCC와의 머니 게임에서 패배, 내주고 말았다. 장민국은 B.리그로 향했다.

그렇다면 육성에 진심일까. 그렇지도 않다. 삼성은 현재 D리그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삼성이 마지막으로 D리그에 참가한 건 2020시즌이 최근이다. 올 시즌 젊은 선수들의 1군 출전 시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이정현과 김시래가 평균 20분 이상 출전하고 있고 그들의 몫이 너무도 크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많은 선수를 지명한 뒤 육성하는 등 리빌딩을 위한 과정이 없었던 삼성이다. 지난 몇 년간 잠재력을 갖췄음에도 여러 이유로 인해 지명받지 못한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선수단 구성에 있어 여유가 있는 팀들은 외면할 수 있지만 삼성은 달라야 했다. FA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없다면 어떻게든 복권을 긁어봤어야 했으나 플랜이 없었다.

현시점에서 삼성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구단을 운영하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윈 나우’도 ‘리빌딩’도 아니다. 대학 농구를 평정한 은희석 감독을 영입한 건 ‘리빌딩’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나. 그러나 지금 보여주는 농구는 확실히 ‘리빌딩’은 아니다. 정체성이 없다면 삼성의 암흑기는 7년이 아닌 10년, 20년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현시점에서 서울 삼성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구단을 운영하는지는 파악하기 힘들다. 사진=KBL 제공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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