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안은진 대상 주고 ‘연인’ 파트3도 주시오 [종영]

최희재 2023. 11. 1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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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연인’ 방송화면)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드라마 소개대로 ‘휴먼’ ‘역사’ ‘멜로’를 모두 담아냈다. 4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지만 이대로 보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당초 구상대로 30부작이어야 했다.

지난 18일 MBC 금토드라마 ‘연인’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멜로 드라마.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연인’ 최종회는 전국 기준 시청률 12.9%를 기록하며 전 회차를 통틀어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무려 17.8%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방송은 이장현(남궁민 분)의 위기, 아버지 장철(문성근 분)과의 관계, 유길채(안은진 분)와 이장현의 재회 등 여러 이야기가 담겼다.

(사진=MBC ‘연인’ 방송화면)
‘연인’은 단순히 로맨스만을 다루지 않았다. 병자호란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왕조 사회의 이중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 아래에서 살고자 했던 백성들과 그들의 삶을 그렸다. 특히 모든 기록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해버렸다는 설정을 가진 이장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써,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곁을 지킨 이장현과 같은 개인들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존재를 지울 정도로 지배계층이 두려움을 느꼈던 이유가 명확해진다. 이에 더해 ‘사라진’ 이장현을 유길채가 찾고 량음이 기다리는 모습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들이 실종됐다고 믿고 생사조차 몰랐던 장철과 대비된다.
(사진=MBC ‘연인’ 방송화면)
자신의 아들을 죽이는 인조(김종태 분)와 장철, 두 아비의 모습도 그려졌다. 앞서 장철은 소현세자(김무준 분)를 버리는 인조를 보며 “사람이 겁에 질리면 잔인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장철도 겁에 질려 아들 이장현을 죽이라 명하고, 남연준은 스승의 모습에서 인조의 얼굴을 보며 치욕을 깨닫는다.

그동안 사극에서는 나라를 위해, 왕을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당위를 강조했다. 기존 사극이었다면 이장현과 유길채는 물을 흐린 뒤 ‘치고 빠지는’ 역할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역모를 꾀한 자들을 처단하는 왕조의 이야기가 그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연인’은 그 당위를 이장현과 유길채, 경은애(이다인 분)과 남연준(이학주 분) 등 개인들에게 준다. 시청자들은 이런 모습에서 당시의 시대성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옳지 않으며 당시 약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지배계층의 추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진=안은진 SNS)
(사진=MBC ‘연인’ 방송화면)
또한 ‘연인’은 유교라는 이념과 가부장제 하에서 죽어갔던 여성들을 그렸다. 뒤집어 말하면 이들을 죽인 것은 스스로가 아니라 유교와 가부장제와 지아비와 아버지라는 점도 짚었다. 현대에서도 우리는 ‘환향녀’라는 말을 욕으로 쓴다. 환향이라는 단어는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작품에서도 이를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포로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고 목숨을 부지해 조선으로 돌아오지만 ‘정절’을 잃었다며 온 동네가 수군거린다. 여자가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것을 치욕이라 여긴다.

그러나 ‘연인’엔 유길채가 있었다. 유길채는 임신한 몸으로 피난길에 오른 방두네(권소현 분)를 끝까지 책임진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는 종종이(박정연)와 다른 여성들에게 같이 살자고, 너를 지켜주겠다며 손을 내민다. 남편이었던 구원무(지승현 분)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괴로운 소문 속에서도 자리를 잡고 살아가려 한다. 길을 잃은 여성들과 함께.

량음의 사랑도 지극했다. 이장현을 대신해 ‘죽음’을 생각하면서 “살려주라”고 말하고, 하얗게 머리가 셀 때까지 그를 기다린다. 드라마를 관통한 정서는 그리움과 사랑이다.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오랜 친구, 주인과 종,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다뤘다. 잔인하고 슬픈 시대 속에서도 서로를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과 그것들이 모여 실처럼 이어진, 연대가 빛나는 작품이었다.

‘연인’ 포스터(사진=MBC)
‘연인’은 화제성에 힘입어 1회 연장 방송됐다. 최종회는 무려 100분 편성됐다. 파트1 공개 이후 약 한 달 정도의 공백이 있었으나 인기를 이어갔다. 8월 첫 방송 후 약 4개월 동안이나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잘 만든 사극이었기에 가능했고 남궁민과 안은진이었기에 가능했다. 두 사람은 최종회 방송 당일날까지 촬영에 임했다. 생방송 수준으로 진행됐음에도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시청자에게 보여줬다.

특히 남궁민, 안은진의 ‘열연’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시청자들은 이 두 사람이 아닌 장현과 길채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남궁민은 지난 2021년 MBC ‘검은 태양’으로 연기대상을 품에 안았다. ‘연인’을 통해서도 두 번째 대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안은진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안은진은 캐릭터의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며 시청자를 울고 웃게 했다. ‘안은진의 재발견’이라기엔 그는 원래 연기를 잘했다. MBC 드라마를 인공호흡한 두 사람은 물론, 극의 몰입을 도운 여러 출연자들 역시 많은 상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아쉬운 점은 사라진 서사다. ‘연인’은 당초 30부작이었으나 기획 단계에서 20부작이 됐다. 파트1 10부, 파트2 10부로 정한 뒤 지난해 12월부터 촬영을 시작했으나 결국 시간에 쫓기게 됐다. 급하게 결정된 1회 연장도 타격이 컸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지만 량음이 백발노인이 된 이유, 찾으러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이장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장현 길채 부부의 능군리 생활은 알 수 없어 궁금증만 자극했다. 30부작이었다면 파트3가 있었을 터. 파트3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최희재 (jupi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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