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수 1명 회사를 22억에?…SM엔터의 수상한 M&A
이해상충 우려에도 장재호 CSO와 반란 이끈 '공신' 개인 기획사 인수
공정가치 2억 불과한 퍼블리싱社 더허브도 63억 '고가 인수' 의혹
BCG·홍보대행사도 '잭팟'…분쟁 승리 후 경영진에 스탁그랜트 또 주려다가 부결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를 몰아내고 카카오를 앞세워 내부 반란에 성공한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이 회삿돈으로 '개국공신 챙기기'에 나섰다. 경영권 확보를 도운 임직원이 보유한 연예기획사를 회사 자금으로 인수하는 식이다. SM엔터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장재호 최고전략책임자(CSO) 주도로 은밀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신 기획사 인수해준 SM엔터 '위법 논란'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소형 기획사인 10x엔터테인먼트(텐엑스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매니지먼트 사업부문을 22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주체는 SM엔터의 100% 자회사이자 이성수 전 SM엔터 대표가 대표이사로 있는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MR)다.
2020년 설립된 10x엔터의 소속 아티스트는 JYP엔터 소속 보이그룹인 스트레이키즈 출신 김우진 씨(사진)가 유일하다. 보유 현금은 312만원에 불과한 데다 부채가 자산을 8억원 초과한 상황이었다. SM엔터는 이 회사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영업권을 30억원으로 평가해 웃돈을 주고 인수했다. 업계에서도 "소속 아티스트가 단 1명인 소속사가 거래가 된 사례는 최초"란 관전평이 나왔다.
10x엔터 인수는 SM엔터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10x엔터 사내이사엔 최 모씨, 윤 모씨, 이 모씨, 김 모씨 4인이 등재돼 있는데 최 씨와 윤 씨가 SM엔터에도 겸직 중이기 때문이다. 인수가 이뤄진 지난 9월까지 최 씨가 10X엔터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최 씨는 SM엔터의 IT비즈니스 센터장, 윤 씨는 SM엔터의 선임 직원으로 ICT팀에 재직하고 있다. 최 씨는 장재호 CSO의 오른팔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가수 윤종신 씨와 함께 2013년 미스틱을 공동 설립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IT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사업모델을 내걸고 퇴사해 10x엔터를 창업했다. 하지만 별다른 두각을 보이진 못했다.
결국 2021년 이성수 SM엔터 전 공동 대표가 신사업 전문가로 당시 이수만 전 총괄에게 최 씨를 추천하면서 SM엔터의 자회사인 SM브랜드마케팅에 입사했다. 이후 최 씨는 당시 메타버스 사업에 열중하던 이 전 총괄에게 SM브랜드마케팅의 주력 사업인 아티스트 굿즈(MD) 사업에 IT 기술을 결합해야 한다며 다양한 신사업을 제의했다. 다만 블록체인, 비트코인, NFT 등 제시한 구상에 실체가 없어 중용되진 못했다.
변방에 있던 그에게 힘이 실린 시기는 이성수 전 대표가 장재호 CSO와 함께 반란을 준비하던 지난해 말 무렵부터다. 이 때 윤 씨와 함께 장 CSO가 구상한 모든 반란을 설계한 3인으로 중용됐다. 회사 내에서도 공식 라인이 없이 움직였던 장 CSO가 믿고 신뢰한 인물들로 꼽힌다.
이후 이 전 총괄을 회사에서 축출하고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한 현 경영진들의 반란이 성공하면서 그들은 개국공신 지위에 올랐다. 최 씨와 윤 씨는 경영권 분쟁이 종결되고 이 전 총괄에 의해 쫓겨났던 장 CSO가 SM엔터에 복귀한 지난 3월 SM엔터 본사로 함께 합류해 실권을 쥐었다. 사내에선 "장 CSO가 최 씨에게 이사회 결의 없이 SM엔터의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한도에서 회사를 인수해주고, 추후 다른 방법으로도 보상을 약속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SM엔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10x엔터의 사무실이 서울 잠원동에 있던 시기에도 최 씨와 윤 씨의 SM엔터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대부분 그 근방에서 있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사내에서도 시끄러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SM엔터 본사에서 인수하려고 했다가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아 KMR을 앞세워 은밀하게 인수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KMR이 지난 8월 더허브의 음악 퍼블리싱 사업부문을 63억원에 인수한 거래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기업가치가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잡음이 예상된다. 앞서 JYP엔터는 2020년 4월 오너인 박진영 이사의 개인회사인 JYP퍼블리싱을 26억원의 기업가치로 인수해 100% 자회사로 편입한 바 있다. 당시 JYP퍼블리싱은 순자산이 12억원에 달한 데다 순이익도 흑자를 기록했다. 2020년 설립된 더허브의 순자산 공정가치는 2억원에 불과하다. SM엔터는 더허브의 영업권을 60억원으로 평가해 인수했다. 더허브가 ITZY(있지), NCT, 강다니엘 등 다수의 음악 퍼블리싱을 맡아 인지도를 쌓고 있지만 다수의 아티스트를 육성 능력을 증명한 박진영 이사와 비교했을 때 적절한 기업가치가 반영됐는지 여부는 미지수다.
BCG·홍보대행사도 '돈방석'…경영진 스탁그랜트 재시도하기도
SM엔터로부터 '보은'을 받은 곳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2022년 10월부터 장 CSO를 도와 SM엔터 경영권방어 및 조직 개편 등 컨설팅을 전담해온 BCG도 돈방석에 앉았다. 경영권 분쟁 대응 전략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사업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맡아 수십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는 "BCG의 SM엔터 컨설팅 결과가 하이브의 뉴진스 성공 과정을 벤치마킹한 게 대부분"이라며 "경영진이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조직 개편 등을 단행했지만 SM엔터 내부에선 BCG 컨설팅 결과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기류가 강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1일 정기주주총회 당시 SM엔터와 13억원 규모 계약을 맺은 홍보대행사 A사도 잭팟을 거뒀다. 주요 업무는 이성수 전 대표 등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적인 SNS 댓글을 달거나 이 전 대표가 올린 유튜브의 조회수를 늘리는 업무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경영진은 경영권을 장악한 직후인 올해 4월 26일 임직원에 대한 스톡그랜트 확대 등을 담은 사내 보상위원회에 올렸지만 보류되기도 했다. 장재호 CSO는 작년 2월 임직원들에게 132억원 규모의 스탁그랜트를 지급한 데 이어 이번 보상안도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2월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는 각각 2만주의 자사주를 상여로 받았다. 장 CSO도 8000주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스탁그랜트로 받은 8000주 전부를 반년만에 장내에서 팔아 6억원대 현금을 쥐었다. 당시 이 전 총괄이 이를 두고 분노하면서 장 CSO는 SM엔터에서 쫓겨났었다.
일각에선 SM엔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카카오 및 얼라인파트너스 등과 함께 협상을 조율해온 장 CSO가 내밀한 속사정을 모두 꿰뚫고 있는만큼 이를 활용해 보상안 통과를 재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M엔터 관계자는 "보상안은 경영진뿐 아니라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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