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이 쓴 또 하나의 대반전...이적설, 월드컵 16강, 재계약 "연장 계약 가능성"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황희찬은 언제나 반전의 역사를 쓰는 선수다.
황희찬은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좋은 활약을 바탕으로 2020-21시즌 빅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독일의 젊은 명장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고 RB 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면서 더 높은 곳에서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기대와 다르게, 황희찬은 라이프치히에서는 자신의 장점을 잘 발휘하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로테이션에서도 밀리는 상황이 지속되자 황희찬은 2021-22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선택을 내렸다.
[첫 번째 반전]
프리미어리그(PL) 울버햄튼으로 임대를 떠나게 되면서 변화를 모색했다. 울버햄튼은 임대 후 완전 영입 조건으로 황희찬을 데려갔다. 출발은 좋았다. 황희찬은 리그 6경기 만에 4골을 터트리면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남은 시즌 동안은 1골 1도움으로 활약상이 좋지 못했다.
그래도 울버햄튼은 황희찬을 완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황희찬이 울버햄튼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나 싶었지만 2022-23시즌 이적시장 막판 변수가 발생했다. 잘츠부르크에서 황희찬을 지도했던 제시 마치 감독이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황희찬을 영입하고 싶어했다.
당시 마치 감독은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황희찬을 잘 안다. 좋아하는 선수다. 나의 축구를 잘 알고 있다. 처음부터 영입 명단에 있는 선수였다"며 황희찬 영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직접 밝혔다.
리즈는 황희찬을 영입하기 위해 제안까지 넣었다. 하지만 울버햄튼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제안이 아니었다. 영국 '디 애슬래틱'은 "울버햄튼은 리즈로부터 황희찬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비공식적인 1700만 파운드(약 274억 원)의 제안은 거절됐다. 울버햄튼은 이적료 지불구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황희찬을 잔류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울버햄튼 생활을 이어가게 된 황희찬이었지만 2022-23시즌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훌렌 로페테기 전임 감독은 황희찬을 주로 교체로만 활용했다.
[두 번째 반전]
그나마 분위기가 반전된 건 2022 카타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이후였다. 월드컵에서도 부상으로 고생하던 황희찬은 조별리그 첫 2경기를 모두 소화하지 못했다.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 황희찬을 괴롭혔다.
가나에 2-3으로 패배하면서 16강 진출이 어려워질 것 같았던 상황. 황희찬이 주인공이 됐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황희찬은 선발로 나오지는 못했다. 아직 100%가 아니었던 황희찬에게는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다.
후반에 교체로 투입돼 황희찬은 우측 윙포워드로 나서서 과감한 돌파를 보여줬다.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선 포르투갈을 반드시 이겨야했던 경기, 황희찬은 추가시간 1분 손흥민과 함께 기적적인 극장골을 완성시켰다. 황희찬 덕분에 승리한 한국은 12년 만에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16강 브라질전에서 패배하면서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했지만 브라질을 상대로도 제일 위협적인 선수는 황희찬이었다. 월드컵 후 울버햄튼으로 복귀해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나 싶었지만 또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시즌 막판에는 출전 시간을 확보하면서 후반기에 총 4골을 터트렸다.
[세 번째 반전]
길게 보면 1시즌 반 정도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황희찬은 이후 울버햄튼에서 매각대상으로 분류됐다. 영국 '익스프레스 앤 스타'는 지난 5월 "울버햄튼에서는 많은 잉여 자원이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라울 히메네스, 조니 카스트로, 다니엘 포덴세, 라얀 아잇-누리는 울버햄튼에서의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황희찬 같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울버햄튼이 PL의 수익성 및 지속 가능성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황희찬의 입지도 안전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울버햄튼은 황희찬을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황희찬의 이적설을 이야기했던 '익스프레스 앤 스타'의 리암 킨 기자는 지난 8월 개인 SNS를 통해 "몇몇 곳에서 황희찬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울버햄튼은 황희찬을 전혀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보도했다.
황희찬을 지킨 울버햄튼의 선택은 최고의 결정이 됐다. 후벵 네베스, 주앙 무티뉴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울버햄튼은 시즌 시작 전까지 강등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시즌 개막 3일을 앞두고는 명장 로페테기 감독과 결별했다. 뒤늦게야 게리 오닐 감독을 선임했다. 오닐 감독은 PL 지도 경험도 많지 않았다.
불안한 시즌 출발 속, 팀을 이끈 선수가 바로 황희찬이었다. 시즌 첫 경기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교체로 나와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 황희찬은 2라운드 브라이튼을 상대로 시즌 첫 골을 터트렸다. 팀은 1-4로 대패했지만 좋은 활약 속에 황희찬의 출전 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황희찬의 기세는 역대급이었다. 4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 5라운드 리버풀전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팀의 공격을 책임졌다. 페드로 네투와 좋은 호흡을 과시하면서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의 경계를 받기도 했다.
울버햄튼을 만나기 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는 항상 울버햄튼을 상대로 힘들어했다. 울버햄튼이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실력을 봐라. 특히 최전방에 있는 네투, 마테우스 쿠냐, 그리고 한국 선수(황희찬)는 정말 잘한다"며 콕 찍어서 황희찬을 언급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방심하지 않았지만 황희찬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황희찬은 맨시티를 상대로도 득점을 터트리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뒤이어 치른 아스톤 빌라전에서도 골맛을 보면서 득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황희찬이었다.
황희찬의 기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본머스전에서 시즌 첫 도움을 기록하면서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에서도 1골,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도 1도움을 추가한 황희찬은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구단 역사상 홈 6경기 연속골을 신고한 최초의 선수에도 올랐다.
황희찬은 달라진 모습에 대해 "영국에서 3번째 시즌이다. 적응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특별한 것은 없고, 평소 루틴대로 이어가려고 한다. 잠도 잘 자고, 먹는 것도 관리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주위에서도 많이 도와줬고 운이 되게 좋았던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면서 큰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계약 소식]
황희찬이 팀을 이끌고 있자 울버햄튼은 매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이에 울버햄튼은 리그 6골 2도움으로 득점 공동 6위, 공격포인트 공동 6위에 올라있는 황희찬을 위해서 보상 차원의 재계약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디 애슬래틱'에서 활동하면서 PL 관련해 가장 뛰어난 공신력을 자랑하는 데이비드 온스테인 기자는 19일(한국시간) "울버햄튼이 황희찬과 재계약을 논의 중이다. 황희찬의 기존 계약은 2026년까지 만료되지 않지만 그는 이번 시즌 핵심 선수가 됐다. 구단은 황희찬의 퍼포먼스에 대해 개선된 계약으로 보답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온스테인 기자는 "황희찬이 몰리뉴 스타디움에 남길 바라는 양측의 바람 덕분에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황희찬은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 밑에서 뛰는 걸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건이 맞다면 연장 계약을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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