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울다보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봤다OTT]
폐쇄된 공간 속 사람들만의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였다. 한없이 스며들며 웃고 울다보면 어느덧 우리 정신 건강에도 아침이 온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히트메이커 이재규 감독의 신작으로 박보영, 연우진, 장동윤, 이정은, 이상희, 노재원, 이이담, 장률, 전배수 등이 출연해 따뜻한 체온을 전한다.
총 12화 어느 하나 지나칠 수 없다. 이재규 감독은 각 에피소드마다 누구나 하나쯤은 있을 법한 마음 속의 병을 다루면서도 ‘괜찮아. 그럴 수 있어’란 애정 어린 시선으로 소근거려준다. 명신대 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의 사연을 자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도파민을 터뜨리는 대신 시청자의 마음 속 공감대를 톡톡 건든다. 웃고 있다가도 훌쩍거리고, 어느 새 엉엉 거리며 엎드려 우는 순간도 마주할 수 있다.
슬쩍 슬쩍 흘리는 러브라인도 과하진 않다. 이재규 감독은 K-의학드라마가 자주 범하는 오류, ‘기승전-멜로’로 끝나지 않게 ‘다은’과 ‘고윤’(연우진), ‘유찬’(장동윤)의 삼각관계를 산뜻하게 다룬다. 맛을 약간 올리기 위해 착착 뿌린 조미료 느낌도 난다.
박보영은 평범한 줄로만 알았던 간호사 ‘정다은’의 이면을 세심하게 표현해낸다. 이 덕분에 8화 이후 ‘정다은’이 더욱 빛이 난다. 보는 이도 ‘정다은’의 트라우마와 성장을 지켜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잠자고 있던 자아를 토닥거리게 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노재원’이다. 망상 환자인 ‘서완’을 생생하게 연기해, 자칫 모니터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한다. 매회 ‘정다은’과 주고받으며 캐릭터의 성격을 잘 다져온 덕분에, 그의 아픔과 비밀이 나오는 에피소드에선 시청자가 더더욱 몰입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실성이 높다는 장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착하고 배려 깊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보는 이까지 정화되지만, 혹여 에피소드에서 자신과 비슷한 아픔이나 상황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시청을 이어갈 수 없어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TV를 끌 수도 있다. 지금 넷플릭스서 스트리밍 중.
■추천할래? ★★★★☆(피칠갑에 질린 당신이라면, 이곳에서 온기를)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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