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엄마 아니라 미안해”…부족하면 어때요, 방긋 웃어주세요 [워킹맘의 생존육아]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이렇다. 옛날에 한 왕비님이 살았다. 아주 화려한 궁전에 살고 있지만 그는 마음 둘 곳이 없이 혼자인 것만 같다. 몇년 후 아이가 태어났고, 아기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왕비님은 아이에게 모든것을 해주고 싶어한다. 잠시도 아이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는 태어난 이후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다. 왕비님이 아기에게 어떤 선물을 해도 아기는 웃지 않는다. 하지만 용한 의사가 나타나 왕비의 코를 간지럽히고 왕비가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리자 그제서야 아기씨는 ‘방긋’ 웃는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은 읽고 또 읽어 달라고 한다. 책을 읽어주기 위해 글씨에만 집중한 나와 달리 아이들에게는 그림 속 아기와 엄마가 더 잘 보이나 보다. 딸들이 이야기 한다. “엄마, 책 속에서 내내 아기는 계속 왕비님만 봐”, “아기 눈동자 속에 왕비님이 있네”
그리고 엄마로 살기 참 힘들다고 생각한, 지쳐있던 내 마음을 녹인 한 마디. “엄마, 엄마 눈 속에 지금 내가 있어. 내 눈 속에서도 엄마가 보여?” 보석 같은 아이의 눈을 쳐다보니 정말 그 속에 내가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눈을 마주하고 있던 순간이 나에겐 아주 오랫동안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자주 울고 또 자주 감동한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또 하나의 나를 아이가 커갈 수록 발견한다. 아이에게 아주 무섭게 화를 내는 나다. 사실 유독 귀여운 것을 못 참는(!) 나는 내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어느날 부터 인지 아이들에게 버럭, 화를 내는 때가 많아졌다. 물론 아이가 아주 잘 지내는 데 혼을 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잘못했을 때는 그에 걸맞는 훈육이 필요하다. 내가 우려되는 것은 나의 분노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떤 날은 아이가 우유를 쏟아도 ‘괜찮아, 엄마도 어렸을 때 그랬어,같이 치우자’ 하고 웃으며 넘어가지만 일과 육아, 교육 문제로 머리가 복잡한 상황에서는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분노로 대응하곤 했다.
‘나는 적당히 부족한 엄마로 살기로 했다’의 저자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송미선 교수는 책에서 아이에게 화를 자주 내는 엄마의 상담 사례를 소개하며 “내가 품어 이 세상에 나오게 한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주려고 하는 행위는 본능에 가까워 보인다”며 “하지만 자신의 심리적, 체력적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위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엄마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위하고 아끼는 것을 실천하기 어려워하는 엄마들이 많다며 엄마가 스스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도 스스로를 아끼게 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워킹맘들은 더더욱 나의 ‘엄마 역할’에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한다. 일단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미안함이 생긴다.이제 아이가 중학생이 된, 내가 보기엔 참 대단한 워킹맘 선배는 입버릇처럼 ”내가 일을 하느라 아이한테 과일을 잘 깎아주지 못해서, 지금도 아이가 과일을 잘 안 먹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모든 것이 다 내탓(엄마 탓) 같게만 느껴지는 경험은 나와 그 분 만의 것이 아닐 터다.
이런 미안한 마음은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 만큼은 뭐라도 더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되어 돌아온다. 일을 하고 나서는 바로 아이를 돌보느라 쉴 틈이 없는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체력과 정신력의 고갈은 엄마의 얼굴에서 미소를 앗아간다. 무언가를 끊임 없이 해줘야한다는 생각이 ‘나’라는 존재를 잃게 만든다. 정작 자신의 기분과 몸 상태를 챙길 여유가 없어지면 부정적인 자극이 왔을때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진다. 매일같이 같은 일상이 반복되면 아이에게도 엄마의 ‘번아웃’으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이 흘러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일과 육아를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내 기분과 내 몸상태를 조절하기 힘들어지는 순간은 언제고 찾아온다. 그럴 때 만큼은 앞서 언급한 책 제목 처럼 ‘적당히 부족한 엄마로’ 살아보자. ‘방긋 아기씨’에 나오는 아기씨처럼 아이가 원하는 엄마는 ‘나를 위해 희생만 하는 엄마’가 아니라 나와 함께 웃는 ‘행복한 엄마’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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