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가족, 너무 다르네…고려아연 vs 영풍 경영 성적표는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11. 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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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모습. [사진출처 = 고려아연]
집안 싸움은 누구라도, 무슨 연유에서든지 속시끄러운 법입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 기업을 둘러싼 내부 경영권 분쟁은 투자자들 사이 일부 호재로 작용합니다. 자사주 매입 등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일어나며 주주친화정책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고(故) 최기호·장병희 창업주가 영풍기업을 공동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한 사례입니다. 무려 74년 동안 동맹관계를 유지해 온 두 집안 오너 일가 사이 최근 지분 경쟁이 일어나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끕니다.

실제로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현재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영풍그룹 고려아연의 경우 소액주주 수가 지난해 상반기 3만3783명에서 올해 4만6025명으로 37.7% 증가했습니다.

영풍그룹 주요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의 소액주주 수도 같은 기간 2만1345명에서 3만5863명으로 68.0% 늘었습니다. 개미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장씨 일가는 기본적으로 영풍 석포제련소를,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각각 맡아 비철금속 제련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분 경쟁이 일어나는 와중에 회사 경영은 누가 더 잘 하고 있을까요.

적자 신세인 영풍…흑자 내는 고려아연
영풍 석포제련소 모습. [사진출처 = 영풍]
경기 불황 속 장씨 일가가 이끄는 영풍은 지난 2021년부터 적자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최씨 일가가 운영하는 고려아연은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영풍의 누적 영업손실은 별도기준 58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습니다. 누적 매출액은 1조1948억원으로 전년동기(1조3460억원) 대비 11.2% 감소했고요.

고려아연의 경우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861억원, 매출액은 5조385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7.2%, 8.9%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아연 가격 하락과 전기요금 인상 여파 등을 감안하면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 아연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 하락했으나 설비 정상화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고려아연의 별도 영업이익은 전분기 수준을 달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에서의 실적 규모는 고려아연이 영풍을 크게 압도합니다.

지난 4년간(2019~2022년) 추이를 살펴보면 두 기업의 매출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 추세입니다.

영풍의 경우 ▲2019년 1조3379억원 ▲2020년 1조2333억원 ▲2021년 1조3344억원 ▲2022년 1조7936억원으로 매출 1조원대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반면 고려아연은 ▲2019년 5조2188억원 ▲2020년 5조6521억원 ▲2021년 7조1625억원 ▲2022년 8조813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며 영풍과의 매출 격차를 벌이고 있습니다.

영업이익의 경우 영풍은 2019년 499억원, 2020년 235억원을 기록하다가 2021년 -728억원으로 적자전환한 뒤 2022년 -1077억원으로 그 폭을 더 키웠습니다.

고려아연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각각 7292억원, 7809억원, 9245억원, 931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영풍과 대조를 이룹니다.

ESG 경영성과 성적표도 엇갈려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관계자 등이 영풍석포제련소 통합환경허가 규탄 및 제련소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정량화 된 실적 외 정성적인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두 기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측면에서 보면 고려아연은 금속업계에서는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ESG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경영본부를 따로 운영하며 환경영향 및 성과 관리, 사업 소개 국가의 환경 관련 법적 요구사항 대응 등에 적극 임하는 중입니다.

고려아연 측은 “내부적으로 대기 및 물환경보전법보다 강화된 사내 환경규정을 제정하고 청정연료 사용 확대 등 4대 환경경영 목표를 설정해 놓았다”며 “이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임직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실제로 고려아연이 운영하는 온산제련소는 2015년 환경경영시스템 국제규격인 ISO 14001인증을 획득해 현재까지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철저히 폐기물을 처리하고 폐기물 적법처리시스템을 통해 종류별 처리내역을 관리하고 있다고 고려아연 측은 덧붙였습니다.

반면, 영풍은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석포제련소는 수년간 오염수를 불법 배출한 것이 적발돼 2021년 환경부로부터 과징금 281억원을 부과 받았습니다. 환경부 소속 대구지방환경청이 2019년 영풍 석포제련소 제1·2공장 인근 낙동강 수질을 측정한 결과 하천 수질 기준을 최대 4578배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기 때문인데요.

환경부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수년간 낙동강 최상류에서 카드뮴 오염수를 불법배출한 것으로 보고 2021년 과징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대법원에서 조업 정지 10일 처분이 확정되며 공장 가동 이후 51년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죠.

현재 석포제련소는 2022년 12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환경부의 통합허가를 받아 운영 중이며, 허가조건 103개 중 54건, 세분류 총 235건 중 123건을 이행 완료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환경단체 등에서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보다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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