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쇼크'에 뭇매 맞는 '기술특례 상장'…대체 뭐길래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문호는 낮아지는데, 투자자 보호 못하고 있다는 지적 이어져
금융 당국, 관련 제도 개선중…내년부터 본격시행
전문가 "'사기 상장' 사실이면 상장사 임원도 처벌해야"
'파두 쇼크'가 발생하자 기술특례 상장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상장을 위해 회사의 미래 가치를 과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의 주가는 9월 12일 기록한 고점 4만7100원에 비해 3분의 1토막 났다. 파두는 납득하기 힘든 수준의 저조한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상장 후 공개된 파두의 2분기 매출액은 5900만원에 불과했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이 1조원을 웃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분노했다. 상장 당시 목표한 실적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다. 파두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올해 연간 예상 매출액은 1203억원으로 제시됐다. 1분기 매출액이 177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4분기에만 9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해야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을 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파두의 대표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공동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심사 당시 제출한 실적 추정치가 적정했는지 살필 계획이다.
논란의 중심에선 파두는 기술특례 상장 방식으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기술특례 상장은 수익성은 크지 않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증시에 입성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매출액, 이익, 시가총액 등 요건을 엄격히 따지는 일반 상장과 달리 자기자본 10억원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이면 전문 기관의 기술 평가를 받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기술특례 상장 제도는 다시 기술성 트랙과 성장성 트랙으로 구분된다. 기술성 트랙은 전문평가기관 2곳으로부터 A등급 또는 BBB등급 이상 기술평가를 받아야 한다. 성장성 트랙은 증권사(상장 주선인)가 해당 기업에 대한 성장성 보고서를 바탕으로 추천할 경우 특례를 부여한다. 성장성 트랙의 경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공모 일반투자자에게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제공한다.
올해 기술특례 상장기업 32곳…역대 최고 수준
2005년 관련 제도가 도입된 후 203개의 기업이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사가 800여개인 것을 감안하면 네 곳 중 한 곳은 기술특례 기업인 셈이다. 다만 처음부터 기술특례 상장이 활발했던 건 아니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의 수는 문호개방과 연관이 깊다. 문호가 확대될수록 기술특례로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의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땐, 바이오 업종만 기술특례 방식을 이용할 수 있었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은 13곳에 불과했다. 2014년 기술특례 적용 대상이 비바이오업종으로 확대된 후 상장 기업이 증가했다. 2015~2016년 24개의 기업이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 후 기술특례 방식에 성장성 추천제도, 테슬라 요건이 추가되며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급증했다. 테슬라 요건은 상장 요건에 미달하더라도 성장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제도다. 2018년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21개를 기록했다. 올 들어선 32개의 기업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은 점차 늘어가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해당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파두 사태가 벌어지며 더 이상 실적 추정치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파두뿐만 아니라 올해 기술특례로 상장한 에스바이오메딕스, 자람테크놀로지, 시큐레터 등 대다수의 기업은 공모 당시 제시한 목표 매출액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극히 부진하다고 해서 상장이 취소되진 않는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한 기업 중 상장 폐지된 경우는 유네코 단 1개 사에 불과하다. 유네코는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후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증시에서 퇴출당했다. 아직 실적 부진을 이유로 상장 폐지된 기술특례 기업은 없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 과거 기술특례 상장기업이 구설에 오른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은 매출액의 경우 상장한 해를 포함해 5년, 손실 비율의 경우 3년 동안 관리종목 지정이 유예된다. 실적이 저조한 상태에서 상장하는 경우가 많기에 실적을 낼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차원이다. 2019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22개의 기업은 내년부터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전문가 "투자자 보호 위해 제도 개편해야"
다만 기술특례 기업의 경우 대부분 미래 추정 영업실적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산정하기에 실적 추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지난달 금감원은 실적 추정 관련 공시 서식을 표준화하고, 실적 근거를 항목별로 상세히 기재하도록 했다. 실적과 추정치 간 괴리율이 높을 경우에 작성 지침도 통일했다. 한국거래소도 최근 상장 주관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합리적인 공모가 산정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했다. 이번 개선사항에 대한 시장 참여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기술특례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제도는 개편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허황한 기대를 바탕으로 증권신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일종의 사기, 배임 행위"라며 "기술특례 상장 악용을 막기 위해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는 물론이거니와 상장사 경영진을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술특례 상장도 결국 IPO이기 때문에 기술뿐 아니라 재무구조, 실적에 대해서 면밀한 분석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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